요즘 추성훈 서장훈 안정환의 예능감이 돋보인다.
TV를 켜면 세 사람 중 한 명은 꼭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기자 개인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이제 추성훈 서장훈 안정환은 굉장한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이종격투기, 농구, 축구 선수 출신으로 개그맨으로 시작해 영역을 넓힌 방송인들 못지않게 뛰어난 개그감각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먼저 추성훈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딸 추사랑을 48시간 동안 홀로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에 호감도를 높였다. 거칠고 단단한 근육질 몸매로 어린 딸의 아침밥을 챙겨주고, 외동딸의 앙탈에 쩔쩔매는 모습이 파이터의 평소 모습과 매치되지 않아 적잖은 웃음을 안겼다.
그의 예능감은 ‘1박2일’에서 입증되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참석차 잠시 자리를 비우는 김준호를 대신해 일일 멤버로 합류했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링에서의 위풍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더 레이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정글의 법칙’ 등 다양한 예능에 출연하며 매번 향상된 예능 품새를 자랑했다. 운동선수 출신의 뛰어난 순발력과 민첩한 몸놀림이 예능에 최적화 된 셈이다.
최근 자신을 방송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서장훈도 대세로 떠오른 스포테이너 중 한 명이다. 1990년대 우지원과 농구계 인기스타였던 서장훈은 현역 은퇴 후 우연히 MBC 예능 ‘사남일녀’ ‘무한도전’ 등에 출연하며 예능 늦둥이로 주목받게 됐다. 당시 그는 지금껏 예능인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묘한 매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송인으로 인정하라는 주변의 말에 “그게 아니고…”라고 투덜거리는 모습은 웃음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최근엔 결국, 스스로 예능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는 형님’ ‘힐링캠프’에 출연하며 강호동, 김제동의 보조를 맞추고 있는 서장훈은 농구 선수라기보다 방송인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남기고 있다. 앞으로 그가 방송인으로서 얼마나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끝으로 ‘테리우스’ 안정환 역시 앞선 두 사람에 밀리지 않는 예능감을 탑재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잘생긴 얼굴에 멘트를 치고 빠지는 능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를 통해 얻은 빠른 순발력과 판단력이 방송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쌈마이’스런 입담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조각미남이 아닌, 친숙한 캐릭터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MBC 예능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면서 보통의 아버지들과 같은 훈육 방식을 보여줬다. 금이야 옥이야 아이들을 애지중지 키우는 게 아니라 엄격하고 무서운 모습을 보이며 그간 알 수 없었던 일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더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할 수 없는 입담 역시 반지 세레머니 뒤에 가려져 있던 세심하고 배려 깊은 모습에 반전을 안겼다.
최근 신수지 김동현 등 운동선수 출신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아진 데다 전직 스포츠선수들이 프리랜서 방송인이라는 이름으로 MC가 되는 것은 물론, 연기에도 도전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이젠 방송인이라는 범주가 하나로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계속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시대적인 변화와 요청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들은 단순히 빠른 순발력과 판단력만을 보여줄 게 아니라 한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
앞서 많은 운동선수 출신들이 보여준 것에서 볼 수 없었던 ‘+∝’(플러스 알파)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안정된 진행능력을 갖춘 아나운서들이 줄줄이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있기에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능력과 매력을 갖춰 입지를 다져야한다. 물론 방송인으로서, 예능인으로서 살아남기가 쉬운 일은 아닐 터다. 하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본인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이 정글 같은 예능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