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일국에겐 사극이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결 무게감을 덜어 낸 노비 캐릭터로 안방 시청자들을 완벽히 사로잡고 있다.
17일 방송된 KBS 1TV '장영실'에서 장영실(송일국 분)은 피휘된 석각의 비밀을 캐냈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호기심을 해소하며 만세를 불렀다.
명나라로 떠날 기회도 다시 얻었다. 앞서 그가 만들었던 혼상을 판 친구 고길수(곽민호 분) 덕분에 서책과 은까지 손에 쥐었다. "명나라 가서 혼상 만들어 팔고 갑부되자"는 친구들의 말에 동조하며 조선 탈출을 꿈꿨다.
하지만 석각의 비밀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았다. "주상전하는 처음부터 석각이 피휘된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모른 척하는 거지. 도대체 왜"라며 고뇌에 빠진 그였다.
이 때문에 장영실은 옥살이를 예고했다. 이어진 예고편에서 장영실은 어명으로 붙잡혔고 명나라로 가는 배를 타지 못했다. 석각의 비밀과 태종의 의중을 눈치 챈 대가는 혹독했다.
그러나 평생 인연을 만났다. 장영실은 장희제(이지훈 분)의 화살로부터 세자 충녕(김상경 분)을 지켰고 어린시절 추억을 쌓았던 소현옹주(박선영 분)와 재회했다.
이들 남매는 장영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오래도록 별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종대왕과 천재 학자 장영실의 우정이 맺어지기 시작한 셈이다.
송일국은 그동안 MBC '주몽', KBS '해신', '바람의 나라' 등 굵직한 사극에서 주연을 도맡았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최수종의 뒤를 잇는 '사극대왕'으로 거듭났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의 연기 복귀작으로 '장영실'을 선택했지만 이전과 달랐다. 노비 출신인 장영실로 분해 묵직한 목청 대신 담백한 대사를, 근엄한 표정이 아닌 풍부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장영실' 이전 송일국은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 아빠'로 소탈한 매력을 자랑했다. 육아의 왕으로 불리던 그가 한결 가벼운 사극 캐릭터를 만나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송일국의 다양한 표정 연기에서 삼둥이의 미소가 보이는 건 비단 착각이었을까? 송일국이 그려 낼 장영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꾸준히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장영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