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분량을 남겨놓은 드라마 ‘엄마’의 요즘 얘기는 온통 이문식의 슬픔에 쏠려있다. 극중 10년 동안 키운 첫째 딸이 신성우와 장서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음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아내와 딸이 자신의 곁을 떠날까 두려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이문식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나 그는 중년 재혼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영규 차화연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돼 슬픔을 배가시키고 있다. 아내에 대한 실망과 스스로에 대한 자멸감이 가득할 것이라고 가정을 내렸는지, 서글픈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연기의 대가로 정평이 나있는 이문식은 이 드라마에서 아내 밖에 모르는 ‘아내 바보’ ‘딸 바보’ 허상순 역을 맡아 차분하게 사람을 울렸고, 눈물 연기에서 자신을 따를 사람이 없음을 증명했다.
이문식은 지난 1995년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를 통해 연기에 입문해 올해로 21년째를 맞이했다. 작년부터 방송된 ‘엄마’를 통해 2015 MBC 연기대상 연속극부문에서 남자 베스트 조연상을 수상했다. 믿고 보는 조연으로서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엄마’(극본 김정수, 연출 오경훈 장준호)는 허상순(이문식 분)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가 아내 김윤희(장서희 분)의 옛 남자친구 민태헌(신성우 분)을 찾아가 과거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습이 그려졌다.
상순과의 결혼 전 태헌과 이별해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윤희는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마음이 따뜻한 상순에게 애정을 느꼈다. 그와 결혼 후 첫째 딸을 낳았지만 아이는 태헌의 딸이었던 것이다. 이에 남편 상순에게 비밀로 한 채 10년을 살아왔다.
아무것도 몰랐던 상순은 윤희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심지어 태헌을 만났다는 사실에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윤희가 자신의 마음속에 태헌은 없다며 오로지 상순의 아내로 살겠다고 말했음에도 그에게 돌아가라며 딸과 함께 살겠다고 등을 떠밀었다.
극 초반부터 세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졌던 것은 아니다. 장모(차화연 분)와 그가 모시던 엄회장(박영규 분)이 재혼하면서 상순과 윤희의 상황이 극적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여자의 숨겨진 사연이 밝혀지면서 중년 시청자들을 시청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배우 이문식 장서희 신성우 등 출연자들의 열연이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물론 ‘엄마’를 중심으로 하던 극에 난데없이 불륜사가 등장해 몰입이 깨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문식의 매력이 묻어난 선 굵은 연기가 극의 무게를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이혼의 기로에 선 상순의 상황을 이문식이 앞으로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