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할게 류.배.우!'
'개정팔'은 떠났지만 류준열은 남았다. 우리의 김정환은 답답하고 아쉬웠지만 현실 속 류준열은 보다 박력있고 말을 잘 하는 남자였다. 더불어 자신의 캐릭터를 너무나 사랑한 연기자였다.
지난 16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을 촬영하면서 류준열의 신경은 온통 정환이었다. 정환이었던 류준열은 시청자들의 마음과 같았다. 덕선(혜리)을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정환이를 연기하며 아프고 슬프고 답답했다. 아직 캐릭터의 잔상이 남아있는 그는 정환이를 생각하면서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류준열은 17일 오후 네이버 V앱을 통해 방송된 '응답하라 류준열'을 통해 정환이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환이를 연기하면서 그가 겪은 여러 과정과 감정들은 분명 배우로서 그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터.
처음에는 동룡이나 선우 역을 맡을 것이라 추측했던 류준열에게 정환이는 어쩌면, 아니 당연하게도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른다. 정환이가 얼마나 그를 아프게 했던간에.
그는 "내가 정환이와 닮은 면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있더라"며 "정환이 역할을 하며 슬프고 답답하고 외로웠는데 그런 것 같다. 고민을 남들에게 얘기 안 하고 혼자 삭이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정환이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자신과 정환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환이를 답답하게 그리는 감독님이 미웠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류준열은 정환이를 두고 "3회에서 벽에서 고백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는 업보라고 생각한다"고 농담을 덧붙였지만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웃음을 짓는 류준열이었지만 택(박보검)이 덕선(혜리)의 남편이란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시청자들 못지않게, 아니 더욱 더 정환이가 안쓰러웠던 그다.
이뤄질 수 없어 더 간절하고 아름다웠던 첫사랑 앓이를 연기하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류준열. 오히려 이뤄질 수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감정 이입을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란 정환의 가슴 시린 고백은 이 드라마가 낳은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남편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정환이가 너무 안쓰러워 속상했다는 류준열. 정환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연기 인생에 있어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단다. 그는 "배우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 역할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란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서는 많이 깨졌다. 시청자들이 정팔이를 더 잘 알더라. 정팔이의 마음을 여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했다.
생방송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조리있는 말솜씨와 연기에 대한 깊은 생각을 전한 류준열은 분명 정환과는 닮은 듯 다른 매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정환이를 벗고 또 다른 캐릭터로 만날, 잘생김을 연기하는 류준열에게 자연스럽게 기대가 모아진다. / nyc@osen.co.kr
[사진] V앱 방송화면 캡처, 씨제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