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유아인이 변했다. 그것도 아주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시청자는 짜릿해졌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 31회에서는 서서히 변화하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이 짜임새 있게 그려졌다. 단순한 변화가 아닌, 변할 수밖에 없었고 그 변화 속에서 무척이나 많은 고민을 해야 했던 이방원의 복잡한 심리가 차곡차곡 60분을 채워나간 것이다.
이날 방송은 이방원이 정도전(김명민 분)과 정몽주(김의성 분)의 대화를 엿듣고 충격에 휩싸이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이방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새 나라 조선에서 아버지 이성계(천호진 분)는 ‘임금’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성계의 아들인 자신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력감에 빠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정치가 꿈이었던 이방원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이방원은 집으로 돌아와 앓아 누웠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과거 신조선방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정도전의 계획을 알고 심장이 두근거렸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토록 믿고 따랐던 스승 정도전과 자신의 뜻이 다름을, 스승의 뜻을 거스르고 자신이 변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이방원은 스스로 변할 것을 다짐했고 상투를 틀었다.
이런 이방원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무명의 초영(윤손하 분)은 이방원을 자극했다. 초영은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화를 꺼내며, 이방원에게 토지 개혁을 멈춰준다면 무명이 이방원의 편에 서겠다고 제안했다. 이방원은 이 기회를 활용하기로 결심, 정도전을 찾아가 자신이 무명의 미끼가 되어보겠다고 밝혔다. 겉으로 초영의 회유에 넘어간 척하며 무명의 속내를 알아내겠다는 책략을 생각해낸 것.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방원은 “일단 제가 사병을 따로 가져보려 합니다. 허면 저를 믿지 않겠습니까?”라며 망설임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도전은 이방원의 번뜩이는 지략에 감탄하며 그를 믿었다. 하지만 이방원은 마음 속으로 다른 생각을 품었다. “이제 애가 아니니까요”라는 마음 속 한 마디 속에 이방원이 품고 있는 굳은 변화의 다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후 이방원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이방원은 다시 초영을 만나, 무명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단, 자신은 과거 무명이 쓰고 버린 홍륜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깊게 강조했다. 이어 이방원은 아내 민다경(공승연 분)과 함께 분가했고, 가별초가 아닌 자신만의 사병을 기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배를 가게 된 하륜을 찾아가 “꼭 살아서 돌아오시오. 돌아온다면 내가 당신을 거느릴 것이오”라며 진정한 철혈군주의 면모를 보여줬다.
‘육룡이 나르샤’는 역사가 스포인 팩션사극이다. 따라서 이방원의 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중 이방원이 진짜로 변화를 시작하자 안방극장의 긴장감은 극대화됐다. 이는 30회 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탄탄한 스토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벽한 ‘폭두 이방원’의 모습을 표현한 배우 유아인의 섬세한 연기력까지 더해지며 시청자가 느낄 짜릿함은 몇 배로 훌쩍 뛰었다.
나아가 변화를 결심한 뒤 마음을 두었던 분이(신세경 분)과 만나 흘린 이방원의 눈물은 파란만장한 운명 소용돌이까지 보여주며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과연 이방원의 변화가 불러 올 폭풍은 ‘조선 건국’을 향해 달려가는 육룡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