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웰다잉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은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향후 유예기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을 예능인들에게도 대입해보면 어떨까. 그들에게도 ‘웰다잉법’ 이 필요한 요즘이다.
예능인에게 ‘웰다잉’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어떤 사람들은 ‘사망선고’를 내리는 거냐고 비난할지도 모르겠지만, 기자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이끌었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처절하게 망하더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자세를 치하할 아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희극인이 배우에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세태를 극단적으로 지적한 것뿐이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이경규 김구라 등 개그맨 출신 방송인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배우들은 잘 되면 해외여행도 보내주는데, 예능인들에겐 그런 혜택이 없다고. 망해야만 막을 내린다고. 소리 소문 없이 안방극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예능인들이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OSEN에 “과거부터 희극인을 우습게 보는 시선은 존재했다. TV만 켜면 나오고, 웃고 떠들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거리감이 없는 것이다”라며 “배우들은 ‘연예인의 연예인’으로서 스타들도 그들을 만나고 싶어 하고 마주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며 예능인이 사회적으로도 스타라는 인식이 약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는 종영할 때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니까 마치 종강파티를 하듯이 여는 게 관례인데 예능은 그렇지 않다. 끝날 날짜가 정해져 있지도 않고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떠나면 무슨 파티냐며 무시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능인들은 옆집 언니, 오빠 같은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어필하면서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넘치는 끼와 흥을 앞세워 유쾌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한다. 그들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으로,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에게 신뢰를 안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충분하게 갖추기 위해서다.
‘1인자’ 유재석만 봐도 그렇다. 그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온 땀방울의 결과인 셈이다. 많은 예능인들이 웃음을 사수하기 위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설사 ‘웃음 사망꾼’으로 전락하더라도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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