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2년 동안, 서정희라는 이름 앞에는 ‘방송인 서세원의 아내’라는 수식이 줄곧 따라 붙었다. 길거리에서도 눈에 띄었던 여고생 모델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16세 연상의 개그맨과 결혼했다는 소식은 당시에도 모두를 놀라게 했었다. 그러나 부부 사이의 일은 부부만 안다고 했던가. 지난 2015년 두 사람은 끝내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폭행 사건에 불륜 논란까지, 깔끔하지는 못했던 이별이었다.
서정희는 지난 9일 MBC ‘휴먼다큐 - 사람이좋다’(이하 사람이좋다)에 이어 19일 KBS 1TV ‘아침마당’에서 서세원과의 이혼 후 두 번째 방송에 나섰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서세원과의 결혼 생활 도중 입었던 심신의 상처를 털어놨다. 만일 그가 오랜 시간 가슴에만 묻어뒀을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길 원한다면, 한 번은 겪고 지나가야 할 일이었다. 이날 서정희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용서를 빌고, 잘한 일이 있다면 칭찬도 받기 위해 출연했다”고 밝혔다. 그의 옆에는 어머니 장복숙 여사도 함께였다.
‘사람이좋다’에서 딸과 행복하게 지내는 서정희의 모습을 비추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면, ‘아침마당’에서는 그가 직접 말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서정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첫째딸 동주 양을 임신하며 서세원과 결혼하게 됐다. 학교 생활과 8개월 간의 짧은 사회 경험만이 전부였을 어린 서정희에게 육아와 집안일만이 기댈 곳이었을 터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병든 몸과 마음, 그리고 이혼 경험이 남았다고 고백했다. 2004년에 자궁을 적출하고 2010년 가슴 종양 수술을 받았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서정희가 안쓰러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기구한 인생을 자조했다. 마구잡이로 감정을 드러낼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런 서정희의 모습에서 어딘가 답답함을 느끼는 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서정희와 서세원은 ‘잉꼬 부부’라는 부러움을 받았던 만큼 구설수에도 많이 올랐다. 미로밴드의 프런트맨으로 가수 활동을 하던 아들 미로가 실력 논란에 휩싸였었고, 그가 운영하던 빈티지 가구 쇼핑몰은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질타받았다. 전 남편 서세원 역시 영화 제작과 관련된 문제나 교회에서 했던 설교 속 망언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그 뿐인가. 서정희는 서세원에게 폭행당하는 CCTV 화면이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상처도 입었다.
그야말로 ‘논란의 삶’이었다. 그를 향한 동정론도 많지만 아직 서정희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자 서정희’가 너무도 많은 사연을 겪었다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서정희는 최근의 방송들을 통해 이러한 아픔들을 인정받고 싶었을 터다. 그는 이 모든 논란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아침마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