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과 유아인의 숨 막히는 열연이 만들어낸 환상의 조합. 이래서 '육룡이 나르샤'가 좋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철혈 군주 이방원(유아인 분)을 중심으로 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팩션 사극.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도전(김명민 분)을 중심으로 한 조선 건국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정도전이 만드려는 신조선은 이성계(천호진 분), 이방원 뿐만 아니라 분이(신세경 분)을 비롯한 일반 백성들까지 매료시킨 이상적인 국가다. 바로 땅 때문이다. 그건 백성들은 권문세족들의 핍박 속에 땅은 고사하고 입에 풀 칠할 식량도 가지지 못했다. 늘 빼앗기다 결국 목숨까지 잃고 마는 상황이 허다했던 것.
분이는 정도전이 알려준대로 새로운 땅을 개간했지만, 이마저도 수탈 당하게 되자 정도전을 찾아 새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분이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땅에서 농사 짓고 사는 일이었다. 또 길을 잃어버렸던 이방원 역시 정도전의 제자가 되었고, 무사 이방지(변요한 분)와 무휼(윤균상 분) 역시 같은 뜻을 품고 달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 모두 꿈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9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32회에서 정도전은 양전을 다시 해야 한다는 조준(이명행 분)과 백성들과의 약속을 하루 빨리 지켜야 한다는 이성계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그는 현재의 부족한 자료로 토지개혁을 시행할 경우, 자신이 꿈꿨던 진짜 토지개혁을 이룰 수 없기에 계속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방원에게서 해답을 찾았다. 과거 폭두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던 이방원을 떠올리고는 그 길로 장평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고려의 토지 자료가 담긴 토지 대장에 기름을 뿌렸다. 이어 정도전은 "정치란 나눔이고 분배"라며 "지금부터 정치를 하겠소"라 외쳤다. 그렇게 토지대장에는 불이 붙었다. 이것이 바로 역사 속 과전법으로 기록된 전제 개혁의 시작이다.
이 때 눈길을 끈 것은 이런 정도전을 바라보는 이방원, 유아인의 표정이었다. 앞서 이방원은 정도전의 진짜 계획을 전해듣고는 혼란스러워했다. 그리고 조금씩 변해갔다. 하지만 정도전의 폭두 같은 행동을 본 이방원은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묘한 표정으로 '난 저 사내가 여전히 좋다. 빌어먹을'이라고 속말했다. '킬방원'을 예고됐지만, 여전히 정도전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방원의 진심은 볼수록 빨려드는 유아인의 표정과 감정 연기를 통해 더욱 극대화됐다.
김명민 역시 어린 시절 이방원이 '잔트가르'(진정한 사내)라고 평할 수밖에 없었던, 또 현재 이방원이 또 다시 매료될 수밖에 없는 정도전의 호방한 기개를 완벽히 표현해내 극적 재미를 높였다. 역사를 알고 봐도 짜릿한 정도전과 이방원의 반격은 김명민과 유아인의 숨막히는 열연이 있기에 가능한 일. 운명의 장평문에서 다시금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 정도전과 이에 정면으로 맞설 이방원의 앞날이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지 더욱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