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유아인이 다양한 감정선을 넘나들며, 미친 연기력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유아인은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에서 이방원을 맡았다. 유아인은 마음 속 야욕을 꿈틀거리며 변화해가는 이방원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방원의 감정변화에 따라 눈빛부터 목소리, 분위기까지 달라지는 유아인의 연기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보는 재미까지 높이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32회에서는 이러한 유아인의 연기가 더욱 극적으로 빛났다. 이날 방송은 스승 정도전(김명민 분)에게 차갑게 등을 돌렸지만 또 다시 그의 사상에 반하게 되는 이방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유아인은 소름 돋는 냉혹함으로 화면을 얼게 만드는가 하면, 뜨겁게 일렁이는 눈빛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들겼다.
이방원의 야심을 일깨운 이는 바로 정도전이다. 이방원은 정도전이 세우려는 나라엔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힘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정도전에게 등을 돌린 채 “이제 애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방원의 모습은 피할 수 없는 정도전과의 갈등을 예고하며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이날 이방원은 분이(신세경 분)와의 입맞춤을 끝으로, 약하고 순수했던 자신을 떠나 보냈다. 이어진 장면에선 눈빛부터 분위기까지 극과 극으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예전 정도전이 한 말에 대답하듯 “내 자리가 없다고? 아니 여긴 온통 내 자리가 될 거야”라고, 비릿하게 웃으며 읊조리는 이방원은 섬뜩한 그 자체였다.
이후 이방원은 달라졌다. 앞뒤 가리지 않고 뒷일을 살피지 않는 예전 이방원이 아니었다. 이러한 이방원의 변화를 정도전은 꿰뚫었다. 정도전은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모르겠다”고 신중히 답하는 이방원에게 어른스러워졌다고 칭찬했다.
차갑게 돌아섰지만, 이방원에게 정도전은 끊을 수 없는 존재였다. 다시 한번 정도전의 사상에 감탄하게 된 것. 토지대장을 불태우며 백성들과 함께 나눔과 분배의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정도전의 선언을, 이방원은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슬픈 미소를 띄우며 “난 저 사내가 여전히 좋다.”고 읊조렸다.
유아인은 정도전을 향한 양면의 마음을 표정으로 말하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같은 길을 갈 수 없지만, 정도전의 정치와 사상은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이방원의 혼란스러운 마음이 유아인의 표정에 고스란히 담겼다. 표정 하나만으로도 이방원의 심리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기에, 시청자들은 이방원의 마음에 공감했다. 이방원과 정도전의 비극적 결말은 역사이지만, 그 과정에서 유아인이 정도전을 향한 이방원의 내적갈등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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