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한적한 공원에 10명 남짓의 팬들이 돌계단에 앉아 있었고, EXID 다섯 멤버는 그 앞에 나란히 섰다. 한 팬에 의해 촬영된 이 사진은 지난 2014년 EXID가 ‘위아래’로 컴백, 첫 방송을 마치고 응원을 와준 팬들을 위해 조촐하게 마련한 팬미팅 현장을 담은 것. 조촐해도 너무 조촐했다.
지금의 EXID라면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자칫 ‘흑역사’가 될 수 있었던 이날의 굴욕(?)이 오늘의 EXID를 있게 했다. ‘위아래’가 차트를 ‘역주행’하는 연료가 됐고, 동정과 응원은 대중의 호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의 ‘역주행’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은 것은 탄탄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멤버들 간의 끈끈한 우정이 큰 몫을 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무명의 힘든 시절을 함께 겪어오며 가족 이상의 정이 생겼고, 이 모습이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인식되면서 EXID은 ‘응원하고 싶은 팀’이 된 것이다. 걸크러쉬로 팬덤을 모으고, 예쁜 외모로 ‘덕후’들을 생성해내는 다른 걸그룹들과는 차별 화 되는 지점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있었다. 때는 EXID가 ‘위아래’로 역주행 열풍을 일으키며 각종 음악방송 1위를 휩쓸고, 예능에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무렵. 하니는 ‘복면가왕’ 첫 방송에 패널로 출연한다. 그리고 멤버 솔지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이 모습이 클로즈업 샷으로 잡힌다.
패널들은 “하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고, 무대를 마친 솔지는 놀란 표정으로 “왜 우느냐”고 물었다. 하니의 말을 듣고는 솔지도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하니는 “언니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울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솔지는 “하니야 울지 마”라고 다독였다. 본인도 울먹이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간 인정받지 못했던 설움과 이를 옆에서 함께 지켜본 멤버가 흘리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이후에도 멤버들은 끈끈하고 단단한 팀워크로 보는 이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했다. 이들의 인간미는 ‘핫’하게 떠오르는 인기와 함께 무서운 시너지를 냈고, EXID는 미워할 수 없는 팀이 됐다.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지금 받고 있는 사랑의 소중함을 안다는 것 또한 이들의 탄탄한 지점. 이에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비춰지는 멤버들의 모습은 여전히 신인처럼 겸손하고 예의가 바르다.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에 EXID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미니콘서트를 준비했다.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가지는 단독콘서트다. EXID 측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각별한 팬사랑을 담은 미니 콘서트 ‘EXID's LEGGO SHOW’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공약이었던 미니 콘서트를 이행함으로써 팬들의 사랑에 화답하고 그 동안 EXID의 곁을 지켜준 LEGGO(EXID 팬클럽)들을 위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기획했다는 전언이다.
설움과 고난과 역경을 딛고 데뷔 4년 만에 팬들과 함께하는 미니콘서트를 준비한 EXID다. 공연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joonamana@osen.co.kr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