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88회째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소수 인종 및 여성 등 약자들에 대한 차별의 역사로 재조명받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피플은 19일(미국시각) '소수자와 여성을 대하는 오스카, 그 논쟁의 역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가 여성과 소수자들로 시선을 돌리고 인식해 오는 과정이었다며 2년째 '백인들의 잔치'를 이어오고 있는 시상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을 소개했다. 또 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역대 흑인, 여성 수상자들의 목록을 정리하기도 했다.
피플에 따르면 1929년 첫발을 내디딘 이래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흑인 수상자는 총 15명에 그쳤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해티 맥대니얼이 최초의 흑인 수상자. 이후 두번째 흑인 수상자인 시드니 포이티어가 영화 '야생백합'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기까지는 27년이 걸렸다. 흑인 배우에 대한 이 같은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1996년 제시 잭슨은 아카데미 시상식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6년 후인 2002년, 흑인 배우 프와티에가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고 댄젤 워싱턴이 '트레이닝 데이'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할리 베리가 영화 '몬스터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흑인 배우들에게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이 활짝 열리는 듯 했다.
가장 최근 수상한 흑인 배우는 '노예 12년'의 루피타 뇽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흑인 배우들은 주로 조연상을 수상했는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로 모건 프리먼이, '드림걸즈'로 제니퍼 허드슨이, '프레셔스'(2009)로 모니크가 '헬프'(2013)로 옥타비아 스펜서가 각각 남, 녀조연상을 받았다.
흑인 외 라틴계와 동양계 등 다른 소수 인종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라틴계통 수상자로 주요 상을 받은 사람은 1950년 영화 '시라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세 페어가 유일하다. 그 밖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타 모레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 '트레픽'의 베니치오 델 토로 등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마저도 여성 수상자는 없었다.
동양계의 경우, 인디안 혈통의 메르 오베른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일한 동양인이다. 또 일본인 미요시 유메키가 '사요나라'(1957)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가장 최근 수상한 동양계 수상자는 영화 '킬링필드'(1985)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캄보디아 태생 행S.응고르다.
여성 영화인들도 아카데미에서 수상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 4명의 여성 감독들만이 감독상으로 노미네이트가 됐는데, 그 중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이 '허트 로커'(2009)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올해 감독상 후보에는 여성 감독이 단 한명도 오르지 못했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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