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11시는 좀 힘들지 않나, 싶었다. 순식간에 주말은 지나가고, 한 주의 첫 퇴근 혹은 첫 하교를 마친 이들이 강제 취침에 들어가야 하는 피곤한 시간대가 아닌가. 그런데 웬걸,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은 첫 방송부터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등장인물들의 비쥬얼로 시청자들의 안구 정화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숫제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들 정도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치인트’의 월요병 치유, 그 바탕에는 자기 직전 한 시간을 기꺼이 내 줘도 좋을 두 남자 박해진과 서강준의 활약이 있었다. 이미 원작 웹툰을 이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열일 중인’ 얼굴은 뒤로 하고 각각 유정과 백인호를 맡은 두 사람의 배역 소화도만 봐도 압권이다.
유정을 연기한 박해진은 OCN ‘나쁜 녀석들’에서 사이코패스 역을 맡았었다. 박해진이 ‘치인트’에서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고 냉철한 이성만이 존재하는 듯한 유정의 이면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도 여자친구 홍설(김고은 분) 앞에서만은 설레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준다. 때와 사람과 장소에 따라 얼굴을 바꾸는 유정, 그리고 이를 잘 살려내고 있는 박해진의 다채로운 매력에는 그가 지난 2006년 데뷔한 이래로 맡아 왔던 다양한 역할의 면면이 묻어 있었다.
백인호(서강준 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의외로 입에 짝짝 달라 붙는 대사가 볼거리였다. 껄렁껄렁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빠르게 내뱉어야 하는데 그 와중에 대사의 맛까지 지켜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백인호는 서강준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에게도 도전이었을 터다. 그러나 서강준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현재 그가 연기했던 인물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단연 백인호가 아닌가. 특히 그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자 멜로에 특화된 눈빛은 원작보다 섬세해진 감정선을 소화하기 충분했다.
‘치인트’ 덕에 월요병은 싹 나았지만, 대신 고민이 생겼다. 유정과 백인호, 다른 매력의 두 남자 가운데 누구의 편에 설 지를 고심하게 된 것이다. 지난 16일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88’의 남편 고르기 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유정이 남자친구인 줄 알면서도 백인호에게 마음이 갔다가, 또 유정에게로 돌아온다. 홍설의 동생 홍준(김희찬 분) 조차 “둘 다 괜찮던데”라고 할 정도니, 시청자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