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로그램이지만, 분명 의미 있는 빛을 발하는 명절 대표 예능이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체육돌’이란 신조어가 탄생했고 팀내 인지도가 낮았던 스타들이 떠올라 주목받게 됐다. 물론 예상치 못했던 부상 논란이 발생해 제작진과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쫄깃한 명승부가 펼쳐져 매번 방송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MBC 명절특집 예능프로그램 ‘아이돌스타 육상 씨름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는 지난 2010년 추석 특집을 시작으로 올 설을 기준, 12회를 맞게 된 명절 단골손님이다. 이번에도 역대 최다인 300여 명의 아이돌 스타들이 참여하며 육상, 양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호평을 받은 풋살, 이번에 신설된 남자 씨름까지 네 가지 종목으로 진행된다. 승부욕에 불타 선수 못지않게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모습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아이돌 가수들을 주목받게 하는 업적을 세웠음에도 ‘아육대’는 부상과 긴 촬영 시간으로 인해 매 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처럼 시끄러운 잡음을 내는 ‘아육대’가 그럼에도 재밌는 예능이라는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지난 추석 방송은 9.9%(닐슨코리아 제공)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흥미롭지 않다면 예능은 존재의 이유가 없을 터다. 팬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12회째 방송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을 위해 부상의 위험에 시달린 아이돌 스타의 수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제작진은 안전을 위해 응급 의료진과 앰뷸런스를 상시 대기시켜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에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녹화 후 편집도 인기순이 아닌 오로지 실력순으로 이뤄진다. 인기 그룹 엑소, 2PM, 씨스타, 인피니트 등이 출연해도 카메라는 이들만 비추진 않는다. 능력을 갖춘 신예 아이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다. 운동 실력과 땀으로 승부하는 정정당당한 ‘아육대’가 매력적인 이유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기껏 출연했는데 방송에 얼굴 한 번 들이밀기 어렵고 인기 가수들에게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아육대’ 뿐만 아니라 방송계 전반적으로 기본적인 편집 원칙 때문에 발생한다. 재밌고, 관심이 갈만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 ‘아육대’라고 땅 파서 장사할 수 없지 않는가. 재미없어도 흥미롭지 않아도 방송을 하는 ‘보살 방송’을 할 필요는 없을 터다.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방송 분량 분배가 필요하다.
많은 아이돌 그룹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으니 어느 정도의 일방적인 방송 운영은 어쩔 수 없다. 예능적인 즐거움을 형성하는 흥미로운 스포츠 경기, 잘 몰랐던 재주 많은 아이돌을 발굴하는 순기능이 많은 이 프로그램이 '부상'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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