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시사회 반응이 반드시 최종 스코어와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오랜 기간 일하며 수없이 경험했다. 심지어 1700만 ‘명량’도 괜찮지만 다소 지루하다는 반응이 있었고, ‘국제시장’도 신파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의문부호가 달렸다. ‘베테랑’처럼 만장일치에 가까운 ‘엄지척’ 영화가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호불호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영화란 결국 영원한 라이벌인 물냉과 비냉처럼 기호 상품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개봉하는 ‘오빠 생각’도 흥행 여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온냉탕도 이런 온냉탕이 없다. 배급사 투자 관련 담당자들은 대체로 100만 안팎에서 고전할 거라고 전망한다. 주최 측인 NEW를 제외한 각 투자사 마케팅팀은 80~150만 사이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탄착점까지 제시하고 있는 상황.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만듦새는 나쁘지 않지만 영화가 너무 전형적인 게 아쉽다”고 지적한다.
반면, 극장 쪽 반응은 정반대다.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다. 배급 시사로 이 영화를 접한 주요 멀티플렉스 프로그래머들은 ‘첫 주 무조건 대형관에 배정할 예정이다. 파일 확보로 분주하다’며 반색하고 있다. 20대 만큼이나 코어 관객층으로 떠오른 40~50대 중장년층 관객들을 붙잡을 대어급 상품이 나타났다는 기대감이다.
한 프로그래머는 “오빠 생각은 남녀노소 전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커버리지가 매력인 작품”이라며 “개봉 첫 주 독주 체제가 갖춰지고 가족 영화로 입소문이 난다면 최소 3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할 것으로 본다. 비슷한 시기에 맞붙는 로봇 소리와 검사외전이 변수”라고 말했다. ‘히말라야’ ‘내부자들’의 상승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도 이 영화엔 호재다. 임시완의 파급 효과를 후하게 본 사람들 중에선 맥시멈 500만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의 한 임원은 “개봉 전 호불호가 이렇게 또렷하게 갈리면 흥행 예측이 빗나갈 때가 더 많다”고 전제한 뒤 “순풍이 분다면 무섭게 터질 수도 있지만 초반 바람몰이에 실패하거나 입소문이 부정적이면 자칫 첫 주 천하에 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오빠 생각’의 대박에 베팅한 이들은 전쟁고아들의 합창에 밑줄을 긋는다. 한국 전쟁으로 오갈 곳 없어진 고아들이 합창단을 결성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관객의 누선을 건드릴 것이란 기대다. 이한 감독과 제작진이 가장 공들인 장면도 지휘자 임시완과 30명의 아이들이 하나가 돼 부르는 라스트 합창 장면이다. 이 신은 다소 헐겁고 작위적인 이 영화의 드라마적 결점이 흔쾌히 용서될 만큼 꽤 숙연하고 서정적이며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러나 ‘오빠는 있고 생각은 없다’는 일부 혹평처럼 인물들의 감정이 점층 구조로 쌓이다가 결정적인 순간 점화돼 관객을 파고들어야 하지만 이 진폭의 높낮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다. ‘변호인’에 이어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임시완은 딱히 흠잡을 데는 없으나 그렇다고 전율을 느끼게 해줄 만큼의 호연을 펼치지 못해 아쉬웠다. 오버하지 않고 감정을 최대한 꾹꾹 눌러가며 연기한 것까진 좋았지만 농축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화마 속에 가족과 동료를 잃었지만 그들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자책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군인을 연기했지만 슬픔과 처연한 감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데도 한계를 노출했다. 매 작품마다 비슷한 발성과 딕션을 구사하는 고아성도 역할에 충분히 빠져있지 못한 인상이다. 연기 패턴이 늘 비슷하다보니 역할 보다 고아성이 너무 보였다. 이제 서서히 연기 변화를 시도해야 할 타이밍이 왔다는 생각이다. ‘오빠 생각’은 아니고 더 쓰임새 폭넓은 배우가 되길 바라는 ‘기자 생각’이다. 124분./bskim0129@gmail.com
<사진> '오빠생각'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