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화가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오히려 넘치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덕화는 전 재산을 장혁의 아들에게 물려줬고 권력자인 임호의 협박에 여유롭게 대처했다. 거기에 더해 날카로운 추리력을 발휘하여 한채아를 죽인 범인 김민정이라는 것까지 알아내며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지난 20일 방송된 KBS 2TV '장사의 신-객주 2015'에서는 신석주(이덕화 분)가 모든 재산을 천봉삼(장혁 분)과 조소사(한채아 분)의 아들에게 물려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신석주는 조소사를 죽인 사람이 개똥이(김민정 분)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이를 추궁했다. 그러면서 민겸호(임호 분)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으며 기개를 보여줬다.
신석주의 노련함은 이날 방송 내내 빛났다. 아내의 죽음을 추궁하기 위해 도끼를 들고 자신을 찾아온 천봉삼에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하며 천봉삼의 화를 가라앉게 하였다. 거기에 개똥이가 조소사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해 물어보며 압박하기도 했다. 특히 돈을 내놓으라는 민겸호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약 올리면서 시간을 끌어 모든 재산을 처분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월이(문가영 분)를 통해서 무사히 천봉삼에게 전달되는 일만 남았다.
신석주의 카리스마는 천봉삼에게 육의전 대행수를 물려준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더욱 빛이 났다. 신석주는 천봉삼에게 육의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며 육의전만 지키면 조선의 상권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육의전에 대한 믿음과 천봉삼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며 절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천봉삼이 냉정하게 신석주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그 장면에서 신석주의 진지함은 특별한 느낌을 줬다.
신석주는 그동안 수많은 어록을 남기며 보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에서도 개똥이와 대화에서 “자기가 쏜 화살은 자기에게 돌아가는 법이다”라며 “나도 내가 쏜 화살에 당한 적이 있다. 그것을 인과응보라고 부른다”고 말해 개똥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기를 바랐다. 민겸호에게 붙어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길소개(유오성 분)에게도 너무 큰 먹이를 한번에 먹으려 하다가는 체한다고 경고했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말이지만 적절한 상황에서 이덕화가 연기하는 신석주가 표현하는 말을 통해 들으니 남다른 울림이 있었다.
신석주는 철저하게 욕망에 따라 움직이며 천봉삼과 대립하기도 하고 믿음을 주기도 했다. 신석주는 자신의 목숨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천봉삼의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이 의외라고 할 수도 있으나 평생 장사를 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돈에 대한 욕심보다 조선의 미래를 생각하는 선택이었다. 과연 모든 것을 버린 신석주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지 기대를 모은다./pps2014@osen.co.kr
[사진] '객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