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해피엔딩’, 삼빡한 리얼 로코가 왔다[첫방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1.21 06: 46

 ‘한 번 더 해피엔딩’은 돌싱남, 돌싱녀, 노처녀들이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다소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지만, 전반적으로 현실 반영률을 높인 삼빡한 사랑 이야기가 볼만했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극 ‘한 번 더 해피엔딩’(극본 허성희, 연출 권성창)은 삼십 대 중반이 된 1세대 걸그룹 엔젤스와 그녀들과 얽히는 바람에 다시 한 번 결혼을 꿈꾸게 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위트와 로맨스를 속도감 있게, 트렌디한 스타일을 살려 곁들인 장르 드라마인데 주연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괜찮다. 기존의 로맨틱과 비교해 새로운 것은 없지만 오락 드라마로선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드라마가 이혼과 재혼을 주요 소재로 선택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시각이 점차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혼을 할 때 여성은 능력 있고 로맨틱한 남성일수록 좋은 남자일 것이라는 낭만적인 기대를, 남성은 더욱 보수적으로 아내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성을 원하고 있다는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양육권을 얻게 된 이혼녀(김소연 분)가 한미모(장나라 분)를 찾아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상담하자 “외모 몸매 등 관리된 여자가 12첩 반상과 잘 다려진 와이셔츠를 주면 자녀들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고 말한 부분이 그랬다.
또 재혼업체를 찾은 돌싱남(오정세 분)이 “나이는 띠동갑 이상에 신상백 안 지르는 여자가 좋다. 음식물 쓰레기를 잘 처리하고 화장실 청소도 이틀에 한 번 하는 여자를 원한다. 낮에는 신사임당 밤에는 어우동 같은 센스 있는 여자를 부탁한다”고 말한 부분에서 재혼이 여전히 근대적 가정의 모습을 토대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드라마는 처음에 신데렐라가 왕자님에게 결혼을 해달라는 프러포즈를 받는 만화로 시작한다. 인기 걸그룹 엔젤스 멤버 한미모(장나라 분)는 구슬아(산다라박 분)와 싸우고 그룹이 해체된 이후 재혼정보업체를 운영하며 그럭저럭 모자람 없이 살아간다. 이혼 후 새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그와 재혼을 꿈꿨지만, 슬아에게 밀렸던 과거처럼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짓밟히게 됐다. 남자친구가 미모와 슬아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고 결국 미모를 버린 것이다.
엔젤스 출신 고동미(유인나 분) 역시 활동을 접은 후 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특기를 살려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노처녀인 그녀가 회비를 내고서 까지 남편감을 찾으려고 미팅에 나간 모습이 결혼할 상대를 만나지 못해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현실을 잘 보여줬다. 홍애란(서인영 분)은 좋은 조건을 가진 남자에게 청혼을 받으면서 과연 잘한 선택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녀 주인공이 사업가, 기자, 의산, 모델 등 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미지를 그렸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면 리얼리티를 가진다고 말한다. 그 현실은 한 팀 내에서 인지도가 급격하게 차이 나는 걸그룹, 이혼 후 혼자서 아이들 키우는 엄마와 아빠, 열애설을 취재하는 기자, 이별을 앞둔 연인 등이다. 드라마 속의 현실을 통해 충분히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또 장나라의 내레이션을 통해서는 사랑과 재혼을 남녀 관계의 행복한 종착지로 정하고 당연히 이 마지막 관문에 들어설 것을 강조했다. 전작 ‘달콤살벌 패밀리’가 저조한 시청률로 퇴장한 가운데 ‘한 번 더 해피엔딩’이 빠져나갈 시청자들을 다시 잡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한 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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