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리멤버’ 이시언, 왠지 눈에 밟히더라니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1.21 11: 10

 성격은 좀 이상하지만 ‘애는 착한’ 부자와 그의 가난한 동창이 수행 비서로 일한다는 설정은 익숙하다. ‘춘향전’ 속 이도령과 방자 같은 콘셉트도 있었고,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같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리멤버’의 이시언처럼 얌전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담당하던 비서 캐릭터가 문득 복수심 가득한 눈빛을 보이며 복선을 까는 경우는 좀체 드물었다.
남규만(남궁민 분)은 지난 20일 방송된 ‘리멤버’ 예고편에서 “수범이는 분수를 아는 애야, 자존심이 없거든”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카메라는 안수범(이시언 분)의 떨리는 주먹을 노골적으로 비췄다. 시종일관 생글생글 미소 짓고 굽신거리기만 하던 안수범이 각성한 듯이 눈을 빛냈다.
이어 안수범이 강석규(김진우 분)과 술자리에서 독대하는 장면도 나온다. 강석규는 안수범과 남규만의 동창이자 판사다. 청렴하고 공명심이 크면서도 친구 간의 우정을 중요시하는 캐릭터로, 주인공 서진우(유승호 분)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에 뒤늦게나마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남규만의 모든 악행을 알고 있는 안수범이 강석규와 만났다가 실수라도 하면 일이 커지는 상황이다.

안수범과 강석규는 어쩌다 둘만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게 됐을까. 이날 방송분 가운데 해답이 있을 듯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안수범·강석규·남규만이 모여 있었다. 강석규와 남규만은 미소전구 소송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안수범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화가 심각해지자, 안수범은 “이럴 땐 일 이야기 하지 말자”며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다. 남규만은 곧바로 얼굴을 굳힌 뒤 “어딜 끼어드냐”며 면박을 줬다. 이에 강석규는 “남들 앞에서는 그러지 마라. 보기 안 좋다. 친구끼리”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남규만의 횡포에 분노와 회한이 쌓일 대로 쌓였던 안수범의 마음을 알아 준 유일한 사람이 강석규였던 것이다.
안수범의 눈빛이 묘하게 섬뜩해졌던 순간은 이번 뿐이 아니다. 남규만 덕에 스스로의 도덕적 한계는 이미 넘어섰다. 인간으로서 견뎌낼 수 없는 순간,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안수범은 남규만으로부터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증인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고 “그건 못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이때 남규만의 패악은 절정에 달했다. 안수범의 뺨을 내리치더니 죽도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양심이 매 순간 그를 주저하게 했다. 자존심은 이미 십수년의 고통스러운 나날들로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아직까지 안수범의 내면에서 버텨 주고 있는 자존심과 양심이 그의 눈에 짙은 복수심을 드리웠다.
결국 안수범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주먹으로 어떻게 남규만을 한 방 먹일 지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혹시 안수범이 남규만의 신상에 위해를 가하더라도 부디 목숨만은 건지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리멤버’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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