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남궁민의 악행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자신의 악행에 양심의 가책 하나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하다. 그럼에도 남궁민을 더 보고 싶은 건 그의 놀라운 연기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궁민은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극본 윤현호, 연출 이창민, 이하 '리멤버')에서 4년 전 발생한 서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진범이자, 일호그룹 사장 남규만을 연기하며 '국민 악역'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남규만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서재혁(전광렬 분)에게 누명을 씌웠고, 결국 서재혁은 지난 10회 방송에서 사망을 하고 말았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변호사가 됐던 서진우(유승호 분)는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아직 안 끝났어. 내가 꼭 아빠 무죄 밝힐거다. 그러니까 지켜봐줘"라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그렇게 1개월이 흘렀고, 서진우는 차근차근 복수를 해나갔다. 그러던 중 남규만은 자회사의 전자렌지가 폭발사고를 일으키자 회사에 납품하는 미소전구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일호그룹 앞에서 시위를 하던 미소전구 대표의 아들은 서진우에게 변호를 부탁했고, 그렇게 남규만과 서진우는 다시 법정에서 만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남규만은 자신의 편에 섰던 이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동을 서슴없이 해댔다. 먼저 자신을 "분노조절장애 찌질이"라고 말한 곽형사(김영웅 분)의 머리를 땅에 박고, 친구이자 비서인 안수범(이시언 분)이 "일 얘기 그만하자"고 하자 "넌 빠져. 어딜 껴드냐"며 면박을 줬다. 이에 판사 강석규(김진우 분)가 "보기 안 좋다. 친구끼린 그러지마라"고 지적하자 남규만은 서늘하게 웃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심지어 남규만은 재판이 끝난 뒤 다짜고짜 박동호의 따귀를 내리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남규만이 무서워 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아버지 남일호(한진희 분) 밖에 없다. 하지만 남일호가 자신을 유일한 후계자로 지목하자 남규만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져만 갔다.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한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응징을 하고마는, 곽형사의 말대로 '분노조절장애 찌질이'의 정점을 찍고 있는 것. 남궁민은 서늘한 표정과 번뜩이는 눈빛, 힘을 뺀 목소리 등을 통해 이런 남규만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사실 이 남규만은 방송 전 캐릭터 설정상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와 많이 비교됐었다. 재벌 후계자에 아무 이유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이 똑같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남궁민은 회를 거듭할수록 조태오와는 다른 독보적인 악인 캐릭터를 완성해내며 연기력 극찬을 얻고 있다.
이제 이를 악물고 복수를 하기 시작한 서진우는 물론, 과거 아버지의 사고가 남일호와 연관되었음을 알게 된 박동호, 남규만에게 늘 당하기만 하던 안수범까지. 모두가 남규만을 향해 시퍼런 칼날을 갈고 있다. 드라마의 특성상 남규만이 죄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과정이다. 지금껏 돈과 권력으로 법까지 마음대로 휘둘렀던 남규만을 어떤 식으로 응징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상황. 그리고 남궁민이 보여줄 극강의 악랄한 연기도 극을 더욱 쫄깃하게 하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