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하는 영화감독인 줄은 알았지만 그 입담이 예능에서도 빛을 발할 줄은 몰랐다. 이해영 감독이 김구라의 말문까지 막은 촌철살인 멘트와 ‘습관성 너스레’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해영 감독은 지난 2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 조근조근한 말투 안에 담긴 촌철살인 멘트들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영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해 어느 정도 안면이 있던 김구라의 공격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의외의 매서운 반격으로 오히려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그간 ‘김구라 잡는 ○○’은 많았지만, 이 감독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김구라가 장광설을 풀거나 버럭할 때면 아예 무근본 개그로 응수하거나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차분하고 냉철했다. 김구라가 자신만의 논리를 펼치거나 지식을 꺼내 놓으면 더 정확한 근거로 반박했다. 또 주변이 방심할 때마다 튀어 나오는 이 감독의 ‘습관성 너스레’에 김구라도 오랜만에 ‘당하는’ 캐릭터가 됐다.
이를테면 김구라가 이 감독의 안목을 칭찬하다가 “오늘 박소담 씨가 나온다기에 제작진에 이해영 감독 출연을 추천했다”고 말하면 “저는 규현 씨에게 사인 받으러 나온 것이다”라든가 “(김구라는)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본인 이야기로 귀결된다. 깔때기 대화다”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그 밖에도 지식 자랑을 하던 김구라에게 “아는 게 많은 게 아니라 아는 것만 이야기할 뿐”이라고 말해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독설 뿐만 아니었다. 이날 박소담이 영화 ‘검은 사제들’ 오디션 당시 2000:1의 경쟁률을 뚫었다고 말하자 이 감독은 “‘경성학교’는 20만:1이었다”며 뻔뻔한 표정을 지어 폭소를 자아냈다. 또 ‘라스’ MC진이 출연자인 박소담과 이엘의 출연작을 보지 않았다고 밝히자 “내 것만 안 본 게 아니라서 기분이 좋다”고 또 한 번 너스레를 떨었다. 박소담의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기도 한 이 감독의 작품 ‘경성학교’는 35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흥행 실패를 이야기 소재로 승화하는 재치에 김구라도 “어휴, 저 너스레”라며 두 손 두 발을 다 들 정도였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분위기 따라 흘러가는 듯 하면서도 어디선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톡 쏘는 양념을 뿌리는 것 같은 토크였다. 김구라 잡는 이해영 감독의 잔잔한 독설과 습관성 너스레 캐릭터가 탐난다. 다음에는 ‘천만 감독’으로 ‘라스’에 다시 한 번 방문해 주시길. /bestsurplus@osen.co.kr
[사진] ‘라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