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가 연일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개봉 후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벌써 백만관객을 돌파했다. 예매율도 선두를 달리고 있어서 (21일 오전 9시)롱런에 돌입할 기세다. 그런데 재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불호는 양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한 마디로 "너무 지루하다"와 "진짜 감동했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2시간 36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푹 잘잤다", "곰 한 마리 본 게 다였다"는 악담(?)도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유는 딱 하나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전공은 상업영화가 아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넓고 심오하다. 원톱으로 영화 전반을 끌고간 주인공 디카프리오도 이냐리투나 마틴 스콜세지처럼 상업성 보다 작품성으로 더 평가받는 감독들의 영화에 자주 출연한다. '레버넌트'에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4전5기를 위해 불꽃 투혼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오스카 트로피는 디카프리오의 품에 안길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런 이냐리투와 디카프리오가 만나서 힘을 합친 '레버넌트'는 당연히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상업적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서부 개척시대의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아가는 한 사냥꾼의 복수극을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로 읊고 있다. 원시림 속 자연을 스크린에 담은 이냐리투의 연출력은 절로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레버넌트' 포스터의 카피는 '피의 대가, 반드시 치를 것이다'이고 실화 그 이상의 영화라고 적었다. 또 포털 등에 소개된 영화 소개 스토리를 인용하면 이렇다.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게 습격 당해 사지가 찢긴다. 비정한 동료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는 아직 살아 있는 휴를 죽이려 하고, 아들 호크가 이에 저항하자 호크 마저 죽인 채 숨이 붙어 있는 휴를 땅에 묻고 떠난다. 눈 앞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는 처절한 복수를 위해 부상 입은 몸으로 존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네이버)
다 맞는 얘기다. 홍보 카피들이나 줄거리나 사실 그대로다. 이런 묘사를 이냐리투 식으로 볼 것이냐 천만 한국영화 '베테랑' 식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칼럼 서두에 얘기한 관객들의 양 극단 반응으로 나뉠 뿐이다.
이냐리투는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피칠갑의 통쾌한 복수극에 중점을 둘 감독이 절대 아니다. 이냐리투의 전작을 사랑한 영화팬들은 '레버넌트'에 아낌없는 찬사를 던지는 중이고 국내외 평론가들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올해 권위 있는 세계 영화제에서 주요부문들을 휩쓸 전망이다.
국내에도 그 열기가 전해지고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수상 여부라는 궁금증까지 더해져 '레버넌트'는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흥행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일반론에 따라 '레버넌트' 티켓을 끊는 일반 영화팬들까지 가세한 덕분이다.
안타깝게도 '레버넌트'는 무거운 주제와 이냐리투의 작가적 코드가 시너지를 내는 영화다. 거기에 오스카를 향해 뛰는 디카프리오의 이름과 열연히 더해졌을 뿐.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는 물론이고 다분히 상업적이라는 아카데미의 작품상 수상작들조차 국내 흥행에서는 쓴잔을 마시기 일쑤였다.
지금 '레버넌트'의 유명세가 관객 반응과 괴리를 나타내는 배경이다./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
[사진]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