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KBS 2TV 예능 ‘나를 돌아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면 많은 사람들이 조영남과 김수미를 가장 먼저 언급하곤 했다.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제작발표회 당일부터 깜짝 놀랄 일대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떠나지 못한 것이다.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젠 옛날 일로 웃어넘기게 됐다.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이 사건에 오히려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두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6개월 간의 방송에서 조영남은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성격이 좀 죽었다. 얼마 전 라디오 피디와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예전 같으면 주먹이 날아갔겠지만 이번엔 참았다”고 우스꽝스럽게 본인의 개성대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능적 재미를 위해 VJ에게 자신의 뒤통수를 찍으라고 하는 등 억지를 부리기도 해 웃음을 안겼다.
김수미도 도서관에서 ‘반성’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이거 우리한테 딱 맞는 책 아니니?”라고 말할 정도로 쿨하고 대담한 태도를 보여줬다. 매니저 역의 박명수를 구박하기도 했지만 넘치는 애정을 드러내며 친동생처럼 챙기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하차를 선언하고 번복한 죄로, 방송 내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의욕 넘치는 모습이 그려져 시선을 끌었다.
‘나를 돌아봐’는 후배 연예인이 선배의 매니저를 자처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리얼하게 그려낸 프로그램이다. 김수미, 조영남, 최민수까지 출연진들이 잇달아 잡음을 내면서 시청자들의 구설수에 올랐었다.
조영남과 김수미, 그들의 매니저 이경규와 박명수는 두 번째 제작발표회를 통해 진짜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제작발표회에서 나왔던 기자들의 질문에 다시 답하고,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사죄했다. 심지어 사건 이후 쏟아진 기사와 댓글까지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 논란을 정면 돌파하면서도 ‘나를 돌아봐’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살려 대처한 것이다. 초반의 악재가 프로그램을 살리는 플러스로 작용한 셈이다.
다행히도 프로그램이 안정을 찾으면서 불미스러웠던 일을 유머로 활용하는 쿨함을 보여줬다. ‘나를 돌아봐’라는 제목처럼 남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 시청자들 역시 이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혹시 사소한 일로 남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동료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등 생각하는 자세를 달리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작은 각성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제작 의도를 살려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게 된 셈이다. 웃음 속에 큰 깨달음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를 돌아봐'의 한 관계자는 21일 OSEN에 조영남과 김수미의 하차와 관련, “두 분이 하차하기로 했다. 내일 방송분이 이들의 마지막 방송이 될 것 같다”며 “새로운 출연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논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