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80%의 황제’. KBS 2TV ‘1박2일’에서 강호동은 이승기를 그렇게 불렀다.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던 ‘내 여자라니까’의 고등학생 가수가 단 몇 년 새 배우, 진행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더니 동년배 가운데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할 줄이야. 그런 그가 이제 군대에 간단다. 한 남자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전부 지켜본 것이나 마찬가지니, 허전하고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다.
이승기는 21일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그동안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진짜 사나이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다음달 1일 입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날 오후 12시 신곡 ‘나 군대 간다’를 발표했다. 그는 이 노래를 발표하기 앞서 “입영통지서가 언제 나올지 몰라 그동안 군입대 준비를 마음속으로만 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한분씩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하는 미안함을 새 노래에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수가 노래로 전하는 입대 인사라니, 한 번도 정도를 벗어난 적 없던 그 다운 생각이었다.
이 노래는 잠시 연예계를 떠나는 이승기의 소회를 담은 곡이며, 동시에 당분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워 할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입대날 머리를 짧게 깎고 훈련소로 출발할 이승기와 눈물을 참으며 그를 기다릴 팬들의 모습이 대번에 그려지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나 군대 간다’는 발표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주요 음원 차트의 실시간 1위를 점령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달리 호들갑을 떨지 않았는데도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제 연하남의 고백송은 ‘내 여자라니까’, 청혼송은 ‘결혼해줄래’, 입대송은 ‘나 군대 간다’가 될 것이라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이승기가 군대를 간다는 소식이 들려 온 시점은 꽤 오래됐지만, 그리 떠들썩하지 않았던 이유는 입대를 앞둔 그의 태도 덕이었다. 이승기는 관련 질문을 받을 때 항상 담담했고, 당연해 했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영화 ‘궁합’ 쫑파티 현장에서도 “요즘 하루하루가 무척 소중하다”며 “대한민국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하는 곳인 만큼 기쁜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고 되레 아쉬워하는 스태프들 앞에서 웃어보였다는 후문이다. 조용해서 더 남달랐던 이승기의 입대 클래스가 돋보이는 이유다.
진짜 바른 생활 청년 이승기가 진짜 사나이로 거듭난다. 언젠가 그의 말처럼, 근무를 서다가 ‘궁합’의 흥행 소식을 전해 들으며 미소지을 수 있길 바란다. /bestsurplu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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