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가슴 속 깊숙이 숨기고 있던 MC그리와 환희. 여전히 밝고 착한 아이들이지만 가끔가다 튀어나오는 무표정을 통해 그 아픔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슴 속 깊이 박힌 가시를 빼낸 듯, 두 아이의 훈훈한 애정이 군불을 피워 올린 것이다.
개편을 한 ‘위대한 유산’은 그래서 반갑다. 도시의 무표정한 얼굴들 사이로 시골의 따뜻한 풍경과 가슴 따뜻한 이야기, 아이들의 성장기가 미소 짓게 한다. 방송의 힘이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다.
‘위대한 유산’은 도시와 전혀 다른 낯선 환경에서 자연과 새로 생긴 가족으로부터 잊고 있던 위대한 유산을 함께 찾는다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방송 초반에는 인기 연예인과 그들의 부모님이 함께 지내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그렸다면, 이젠 타지로 떠난 어린 아이들이 부모 없이 사는 모습을 그리며 따뜻함을 안긴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위대한 유산’은 아이들과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으로 정겹게 시작했다. 김구라의 아들 MC그리, 故 최진실의 아들 환희, 야구선수 홍성흔의 화리 화철 남매, 전 농구선수 현주엽의 준희 준욱 형제가 1박2일 동안 지내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할머니를 도와 밥을 차리고, 서로 나누어먹고 도와주는 모습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러다 아이들이 갈등을 겪는 모습이 내심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면서 다시 친하게 지내는 과정이 프로그램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이날 가장 시선을 끈 부분은 맏형 MC그리와 둘째 환희가 동생들을 돌보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눈 것. MC그리는 “내가 외동이다 보니 집에서 컴퓨터만 하고 있다. 혼자 있는 게 편하긴 한데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니 색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환희도 MC그리에게 “할머니, 동생이랑 셋이 사니까 이렇게 많은 가족들과 함께 지내본 적이 없어서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 여기 오니까 애들 떠드는 소리가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어 “혼자서 고민을 많이 한다. 나중에 엄마처럼 훌륭한 연기자가 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그 전에는 이런 얘기를 할 곳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언뜻 보면 육아 예능 같기도, 여행 프로그램 같기도 한데 프로그램의 뼈대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게 된 아이들이 그들의 사랑에 고마움을 느끼고 한층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는다. 특히 이혼한 김구라의 아들 MC그리와 부모를 떠나보낸 환희의 이야기가 가슴을 묵직하게 만든다.
이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그 속내가 어떤지 몰랐던 인물들이다.‘위대한 유산’의 장점은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의 성장기를 꾸밈없이 풀어내길 기대해본다./ purplish@osen.co.kr
[사진]‘위대한 유산’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