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팠더니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이 됐다. 배우 장나라가 그렇다. 질릴 수도 있으련만 장나라의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옳다.
장나라는 현재 MBC 새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 왕년의 아이돌그룹 엔젤스 멤버이자 재혼을 꿈꾸는 여자 한미모를 연기한다. 이 드라마는 한미모를 중심으로 전 엔젤스 멤버들의 사랑 찾기를 다룬다. 일단 초반은 미모를 연기하는 장나라가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다. 장나라의 웃기고 짠한 매력이 드라마의 재미를 책임지고 있다.
극중 구해준(권율 분)의 이상형인 세상 풍파를 다 겪었지만 맑은 성향의 여자가 딱 미모다.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했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지는 못했고 심지어 혼자 사는 여자의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역할이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불쌍한 인물이 미모인데, 장나라는 참 2~30대 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고 있다.
장나라는 2001년 데뷔 후 로맨틱 코미디에서 탁월한 장기를 보였다. ‘명랑소녀성공기’, ‘내 사랑 팥쥐’, ‘웨딩’, ‘동안미녀’, ‘운명처럼 널 사랑해’ 등이 그의 대표작. 망가지면서도 사랑스러워서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마냥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것, 장나라의 로맨틱 코미디가 가진 공통적인 인기 이유다. 장나라는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캔디 캐릭터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시청자들을 질리지 않게 설득했다.
무엇보다도 가벼운 장난 같은 설정으로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드라마를 마냥 가볍지 않게 무게 중심을 잡았다. 그의 눈물에 시청자들이 함께 울었고, 그가 마지막 순간에 행복을 찾으면 함께 웃었다. 이번에 ‘한 번 더 해피엔딩’ 역시 장나라가 연기하는 미모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고, 그가 속시원하게 세상 남자들에게 내뱉는 당당한 발언에 통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연약해보이는 외모 속에 강단이 느껴지는 모습, 씩씩하면서도 발랄한 매력의 장나라에게 어찌 빠지지 않겠는가. 어느 순간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 된 장나라의 안방극장 습격이 이제 막 시작됐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