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서진우(유승호 분)에게 주어지는 시련 만큼이나 답답한 부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서진우와 남규만(남궁민 분)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박동호(박성웅 분)다. 양심에 따라 서진우를 택하자니 아버지 같이 모시던 석주일(이원종 분)이 밟힌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박동호가 드디어 마음을 결정했다. 양심의 방향대로 움직이기로 말이다.
석주일은 지난 21일 방송된 ‘리멤버’에서 박동호에게 계속적으로 미행을 붙였다. 박동호가 괜히 남규만이나 남일호(한진희 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어떤 보복을 당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 이유 뿐이었지만, 남일호를 진짜로 섬기게 된 석주일은 박동호가 자신의 주인을 공격하는 게 달갑지 않아지기도 한 것처럼 보였다.
눈치 빠른 박동호가 이를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다. 과거 서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결정적 증거를 쥐고 있던 박동호를 가로막았던 것은 언제나 석주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석주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그의 남일호를 향한 충성심이 점점 진심으로 바뀌어 가자 환멸감이 들기 시작한 박동호다. 게다가 박동호에게는 서재혁(전광렬 분)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는 죄책감과 아버지의 사망에 남일호가 관련돼 있었다는 분노까지 겹쳐 더 이상은 망설이고 있을 수 없었다.
박동호는 이전보다 더 남일호 일가에게 신의를 다하는 것처럼 굴었다. 남일호와 남규만 역시 묘하게 달라진 박동호의 태도에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박동호와 석주일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남일호의 뒤를 캐지 말라며 숫제 협박을 하고 보는 석주일에게 박동호는 말했다. “저한테 형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었습니다.” 석주일을 향한 박동호의 존경과 애정은 이제 과거형이 돼 버렸다.
박동호는 일호그룹의 먼지를 털어내려 애쓰는 와중에도 서진우를 신경썼다. 자신을 보기만 하면 엄청난 경계심과 적개심을 드러내는 서진우에게 한결 같이 다가가 한 마디라도 조언을 건넸다. 이날 그가 서진우에게 한 말은, 남규만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이기라는 것이었다. 미소전구 소송에서 이미 자신을 이긴 서진우가 한 번 더 승소할 경우 자신은 일호그룹으로부터 무참히 버려질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그렇게 말했다.
도대체 박동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드디어 그가 서진우와 남규만 사이에서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적어도 박동호의 태도에서 답답함을 느낄 일은 이제 없을 듯하다. 모든 것을 버린 박동호의 용기, 이제는 빛을 발할 때가 됐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리멤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