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월 말 정규방송을 시작해 벌써 9개월째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부모가 말하는 자녀, 자녀가 말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간극을 좁혀보는 구성으로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나아가 시청자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는 것. MC 유재석, 김구라를 비롯해 최은경 서장훈 등의 패널들 역시 출연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며 안방극장에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이렇게 '동상이몽'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근래 보기 드문 '착하고 좋은 예능'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타 방송사의 드라마들과 경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가 넘는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얻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리고 2월부터는 평일 오후 11시대로 방송 시간을 변경해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 이에 '동상이몽'의 연출을 맡고 있는 서혜진 PD를 만나 기획 의도와 그간의 에피소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벌써 9개월째 방송 중인데, 연출자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매번 새로운 걸 하는 것 같다. 매회 새로운 친구와 부모가 주인공이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고, 시청자들 반응 역시 조금씩 다르다. 저희가 초반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10대의 고민이 무엇이냐, 이 시대에 부모와 아이가 가장 갈등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늘 가지고 간다. 이 부분은 꼭 짚어내려고 한다. 최근에는 국제 가출 소년 때문에 엄마가 의뢰를 했었다. 교육 이민을 가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되려 그런 연락이 오더라. 매번 이런 일들이 생기다 보니 매번 새로운 기분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저희로서는 재미있고 고맙다."
-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면 연예인이 되려고 일부러 출연하는 이들에 대한 경계가 심한데 제작진의 입장은 어떠한가.
"요즘 10대들이 가장 되고 싶은 것이 연예인이다. 대부분의 꿈이 그렇더라.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이 되고 싶은 친구들이 출연하는 건 그만큼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 때문에 나온다는 건 지양한다. 진성성을 해치면 안 되기 때문에 그건 안된다고 선을 긋는다. 예를 들어 국제 가출 소년의 꿈도 가수긴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출연을 한 건 아니다. 그 친구에게 있는 고민이 더 심각했기 때문에 출연을 하게 된 케이스다."
- 호주에서 한국으로 가출했던 소년(12월 2일, 9일 방송) 편은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다. 호주에서 인종 차별을 당하는 것은 물론 아랍인 학교에서 성추행을 당할 뻔 했다는 사실은 엄마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 같다.
"엄마는 그 친구의 고민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와 완벽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 사실 전문의가 나서게 되면 그 때부터 병이 되는 것이라서 절대 섭외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들의 문제는 두 사람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엄마에게 말도 못하고 한국으로 가출을 감행하게 된 것인데, 엄마는 전혀 모르고 있다. 이 부분을 전문가가 명확히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모시게 됐다."
- 방송에서는 고민을 털어놓는데 왜 부모님과는 직접 얘기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게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 자식은 물론 부부 사이에도 그런 것이 있다. 저 또한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딸이 있는데 어쩔 때는 '아이가 나에게 다 말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오히려 남에게는 얘기를 하더라. 특히 10대들은 SNS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정작 부모님 얼굴 보고는 안 한다. 사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나보면 대부분이 '엄마와는 얘기를 못하겠어요'라고 한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이걸 물어보면 모르는 분들이 거의 99%다. 심각한 수준이라 제작진도 놀랄 때가 있다."
- 출연자들이 '동상이몽' 출연을 통해 얻어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사실 방송에 나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 엄마가 VCR을 보고 굉장히 놀라셨다. 그리고 패널들, 전문의와 얘기를 되게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풀어내기엔 한계가 있다. 방송 외적으로 본인들이 얘기를 나누면서 풀어나가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녹화를 하고 나서 만족들을 많이 하신다."
- 10대 청소년들이 꿈과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같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동상이몽'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물론 그 때 그 때의 선호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뚜렷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단 지금의 20대들은 기성 세대들이 살아왔던 때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조언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음을 직시하고 조언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아가고자 하는데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 출연자들이 일반인이기 때문에 더 많이 신경을 쓸 것 같다.
"댓글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될까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네티즌들은 출연자들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아무 생각없이 막 댓글을 단다. 그래서 이 부분에 상처를 받을까봐 케어를 하는데, 초반에 달리는 댓글은 보지 말라고 부탁을 드린다. 댓글도 정화가 되는 시간이 있더라. 좀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서로가 댓글을 통해 상황 설명을 해주기도 하더라. 초반보다는 많이 바뀐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혹시나 무작위로 쓰는 댓글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초반엔 보지 말라고 한다. 반대로 응원하는 글을 통해 힐링이 되기도 한다. 아버지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고 알린 희섭 군과 같은 경우엔 방송 후 응원글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페이스북 친구만 16만명이더라.(웃음)"
- '동상이몽'을 애청해주는 시청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경쾌하게 고민을 다루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이면이 많이 담기지 못해 오해를 하시거나 단편적으로만 전달이 될까봐 늘 조심하려 노력한다. 출연하시눈 분들도 많은 용기를 내서 나오시는데,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평가를 내려 악성댓글을 남기는 건 자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저희 제작진도 진정성 있게 다루려 계속 노력할테니, 그 분들이 댓글로 상처 받지 않도록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parkj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