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는 각자 나름의 고민을 가진 10대 자녀와 부모가 출연해 그간 쌓아왔던 이야기를 털어놓고 갈등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방송 9개월여 동안 출연했던 일반인들은 공부를 안하고 운동 혹은 먹기만 한다는 사소한 불만부터 국제 가출 등 다소 심각해보이는 사안까지, 참으로 다양한 고민을 털어놔 MC들과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그 중에서도 34살 아빠의 부성애(9월 5일 방송), 격투기 소녀(10월 4일 방송), 우도 알바 소녀(10월 17일 방송), 욕쟁이 할머니(11월 7일 방송) 등은 가슴 아픈 사연으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우도 알바 소녀 박수아 양은 방송 직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배우 김우빈이 직접 만나고 싶다며 행사장으로 초청을 하기도 했다. '동상이몽'의 서혜진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방송 후 '애프터케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기억에 남는 출연자들과의 촬영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 기본적으로 1회 방송을 하기 위해 얼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나.
"거의 2주 정도 걸린다. 녹화를 하기 전에 사전에 만나 인터뷰를 한 뒤 3박 4일 촬영을 진행한다. 그리고 편집을 5일 하고 이걸로 스튜디오 녹화를 한다. 준비 기간까지 하면 3주 정도 걸린다. 일반인이라 긴장을 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냥 카메라를 달아놓고 하루 정도 둔다. 그러면 다 다음 날부터는 긴장이 풀려서 인지를 못하더라."
- 그렇게 긴 시간 촬영을 하다 보면 예상 못한 에피소드들이 상당할 것 같다.
"별로 심각하기 생각하지 않고 촬영을 갔다가 정말 심각한 고민을 발견할 때가 있다. 매번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인 것 같다. 지난 방송에 레고 중독 아들이 나왔는데, 그 친구가 레고 자랑을 하고 싶어서 신청을 했다. 레고 아티스트가 꿈이라 대학을 안 가고 살겠다고 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고민이었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엄마는 강아지에 빠져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웃음)"
- 치킨 맛만 봐도 브랜드를 알아맞추던 보나 양도 생각이 난다. (12월 12일 방송)
"보나는 진짜 많이 먹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보나는 파워블로거다. 방에서 직접 빵을 만든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 엄마의 고민이더라. 그래서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다루게 됐다."
- 방송 이후 근황이 궁금하다.
"방송 이후 치킨 회사 회장님이 보나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미팅을 했다더라. 치킨 대학을 세우고 싶으니 보라에게 오라고 하면서 연구소와 같은 취직 자리도 마련해 준다고 했다. 그런데 보나는 '치킨은 먹기만 하면 된다'며 거절을 했다. 보나의 꿈은 빵집 차리는 것 뿐이다. 그게 요즘 아이들인 것 같다. 자기 소신이 강하고 좋아하는 것도 명확하다. 그래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
- 보나 양과 같이 방송 후 출연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거나 하는 경우가 많나.
"저희 프로그램을 보시고 도와주고 싶어하는 분들이 꽤 많다. 울릉도에 사는 유민이라는 소년은 이선진 씨를 통해 모델 수업을 받았다. 또 옥상달빛은 엄마에게 콘서트 초대를 했다고 하더라. 이들 외에도 조금씩 연락을 해주고 계시더라.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계속 깨닫고 있어 뿌듯하다."
- 욕쟁이 할머니 편도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공장에 취직하게 되는 손녀에 대한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났던 방송이었다.
"할머니는 곳곳에서 한글 책을 많이 보내줘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손녀는 그 공장이 아닌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모두가 대학에 가는 것은 아니다. 그 방송에서처럼 공장에 들어가 2교대, 혹은 3교대로 일을 하곤 한다. 그런 친구들이 70%가 넘는다. 그런데 대부분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가고, 또 직장에 취직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무관심하다.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생산직 노동자로 일을 하게 되는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시청자들 중에는 다들 2교대에 대해 놀랍다며 댓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더라."
"그렇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조그만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지난 16일 방송된 리틀맘과 같은 경우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 자괴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안 보게 된다고 하더라. 우리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어느 누군가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동상이몽'을 통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디테일하게 살리도록 더 노력한다." /parkj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