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전세계에 여피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는 듯 하다. 장나라를 선두로 한 매력만점 그녀들이 발칙한 연애담으로 TV 드라마를 수놓고 있다. 지금은 해체한 지 오래인 원조 걸그룹 멤버들의 짜릿한 일상을 담는 ‘한 번 더 해피엔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환상 속 소녀 아이돌의 이미지를 벗고 현실 삶으로 뛰어든 그녀들의 솔직하고 진솔한 사랑담이 시청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느새 30대 중반에 접어든 전 엔젤스 멤버들은 노력은 하지만, 아름다움과 젊음이라는 공식을 벗어난 평범한 여성들로서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발칙한 성적인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남성주도적인 사랑과 결혼, 신데렐라 환상 등 여전히 가부장적 결혼 질서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극본 허성희, 연출 권성창) 2회는 아이돌 출신 돌싱 한미모(장나라 분)가 돌싱 의사 구해준(권율 분)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혼한 뒤 재혼정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미모는 바다에서 자신을 구해준 송수혁(정경호 분)과 얽히면서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우연치 않게 앞집에 살고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하지만 술이 문제였다. 주량이 세지 않았던 이들이 금세 정신을 잃고 구청으로 찾아가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난리법석을 피웠다. 외로움에 몸서리를 쳤기 때문이다. 수혁의 친구인 해준 덕분에 두 사람이 간신히 말도 안 되는 재혼을 피할 수 있었다.
전 남편에게 굴욕을 당한 미모는 그 날 저녁 응급실로 실려 갔고, 마침 당직을 서던 해준에게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눈빛과 친절한 치료에 넋이 나간 미모는 다시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엔젤스 멤버이자 10년째 연애를 못한 고동미(유인나 분)는 홀로 멜로 영화를 보며 스킨십을 갈망했고 백다정(유다인 분) 역시 사랑받길 원했다. 남편이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기 때문. 남편과 오랜 시간 각방을 쓰며 한 집에서 남남처럼 살고 있다. 그녀도 가슴을 뛰게 할 사랑이 필요했다.
또 홍애란(서인영 분)이 돌연 파혼을 선언하면서 결혼을 엎었다. 네 명의 노처녀, 이혼녀에게 결혼은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었다. 네 사람이 앞으로 사랑을 찾게 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더 해피엔딩’은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연애 관계에서 여성 주체성의 신장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작위적으로 자신을 꾸미거나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남성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 여성 시청자들에게 안도감과 해방감을 안긴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연애의 낭만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purplish@osen.co.kr
[사진]‘한 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