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시그널’이 안방에서 공짜로 보는 범죄 스릴러 영화 같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대본, 연출, 연기 삼박자가 모두 어우러졌고, 말 그대로 구멍이 없는 드라마였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다.
1회는 현재의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이 1989년을 살고 있으며 초등학생 김윤정 납치 살인사건을 조사 중인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 우연히 무전으로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해영은 사실 어린 시절 윤정이 납치됐을 당시 범인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말에 경찰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여자가 범인이라는 글이 담긴 쪽지를 경찰서에 우연히 흘리게 됐다. 이 쪽지는 재한이 줍게 됐고 사건의 실마리가 됐다.
두 사람은 서로가 모르는 사이 연결 돼 있었고, 현재와 과거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만나고 있었다. 해영이 재한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이 사건을 형사 차수현(김혜수 분)과 함께 풀기 위해 분투했다. 수현과 해영이 이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당시 사건을 부실하게 수사한 형사이자 현재 국장인 김범주(장현성 분)에게 치명타가 됐고 범주는 어떻게든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범주는 용의자였지만 진범은 아니었던 남자가 자살을 했다고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야기는 시간 순이 아닌 2016년과 1989년을 오고갔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된다는 큰 흐름 속에 사건이 흘러가는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졌다.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전개는 흥미진진했다. 특히 유일하게 이 사건을 진실되게 쫓아가던 형사 재한에게 큰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했다. 진범을 쫓던 재한은 괴한에 의해 공격을 받았기 때문. 진범이 모두가 예상했던 간호사가 아닌 다른 간호사라는 마지막 반전까지 예상 못한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는 장르 드라마를 탁월하게 만들어온 김은희 작가의 신작. 김은희 작가는 ‘싸인’(2011), ‘유령(2012)’, ‘쓰리데이즈’(2014)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여기에 ‘미생’(2014), ‘성균관 스캔들’(2010) 등의 성공을 이끈 김원석 PD가 연출하고, 김혜수·이제훈·조진웅이 뭉친다는 소식으로 기대를 모았다. 명품 제작진과 배우가 함께 모인 장르 드라마다.
기대는 저버리지 않았다. 김혜수는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로 완벽하게 변신했고, 이제훈은 아픔이 있어 더 사건에 집착하는 해영으로 분해 그의 시선으로 드라마를 바라보게 흡인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두 사람이 정의를 목표로 울부짖어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든든하면서도 긴장감이 매섭게 흘렀다.
조진웅 역시 몇 장면 나오지 않았지만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긴박감 넘치는 전개, 탄탄한 이야기 얼개는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완성도를 보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다음 이야기를 위한 장치였고 쉴 새 없이 이야기거리가 쏟아졌다. 공짜로 보는 영화 같은 느낌이었던 ‘시그널’, 이 구멍 없는 드라마가 첫 방송부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