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봤을 때 영화인 줄 알았다."
배우 김혜수가 tvN 드라마 '시그널'이 방송되기 앞서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된 스페셜 토크를 통해 내뱉은 말이다. 이를 출연자의 그저 그런 형식적인 멘트쯤이라 여겼던 것은, 분명한 오판이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시그널' 1회는 그냥 한 편의 영화였다. 연기파 배우 김혜수, 이제훈, 조진웅이 한 작품에서 호흡했다는 것만으로 기대됐던 '시그널'은, 숨막히는 전개, 짜릿한 반전으로 80분 내내 몰입하게 만들었다. 시계 한 번 보지 않은 채 어느새 1회가 끝나 있었다.
2015년 현직 경찰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과 2000년 진양경찰서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이 무전을 주고받게 되면서, 공소시효를 코앞에 둔 한 어린이의 유괴사건의 엉켰던 매듭이 풀리는 과정은 판타지와 리얼이 뒤섞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박해영이 어릴적 경찰서에서 만났던 이재한 형사, 이재한과 15년전 강력계 선후배였고 그에게 연정을 품었던 차수현(김혜수) 형사, 그리고 프로파일러와 강력계 형사로 인연을 맺은 박해영과 차수현. 셋은 분명 긴밀하게 얽혀있었다.
김윤정 유괴사건이 발생했던 2000년, 그리고 공소시효 15년이 끝나가는 2015년이 수시로 오갔고, 시청자는 작가와 연출자가 안내하는 곳으로 뒤따랐다.
유일하게 손을 내밀었던 급우인 윤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던 한국의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똘똘 뭉친 박해영은 15년의 시간을 뚫고 도달한 우연한 무전으로 이를 되돌릴 기회를 거머쥔다. 다만, 그와 무전기로 이어진 이재한이 과거 습격을 당하는 모습과 현시점에는 이재한이 사라진 상태라는 것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내비쳤다.
유괴를 한 유력용의자의 단순 '자살'로 사건을 황급하게 종결지으려는 경찰청 수뇌부의 판단을 순식간에 '타살'로 돌리고, 15년간 숨어있던 진범에게 경고까지 한 박해영의 모습은 전율이 돋을 정도.
또한 공소시효를 영리하게 악용한 진범(오연아)의 두뇌게임을 극적으로 파악하고 결국 공소시효 20분을 앞두고 앞뒤로 진범을 둘러싼 수현과 해영의 모습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보는 이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드라마인줄 몰랐다. 대본을 봤을 때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회가 있어서 드라마인 줄 알았다"는 김혜수의 발언은 허투루 들을 게 아니었다. 이제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이 되면 팝콘을 사들고 tvN '시그널'을 시청해야 할 듯 싶다.
하나 더 확실한 건, '미생'의 김원석 PD, '유령' '싸인'의 김은희 작가는, 이번 '시그널'을 통해 tvN 드라마, 케이블 드라마, 한국 드라마의 전체 수준을 몇 단계는 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 gato@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