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이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던 안방극장 '시청자'를 순식간에 '관객'으로 만들었다.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이 방송되기 전 주연 배우 김혜수가 "대본을 봤을 때 영화인 줄 알았다. 다음회가 있어서 드마마인 걸 알았다"고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똑똑히 알게 된 80분이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시그널' 1회는 단언컨대 그냥 한 편의 영화 그 자체였다. 연기파 배우 김혜수, 이제훈, 조진웅이 한 작품에서 호흡했다는 것만으로 기대가 충만했던 '시그널'은, 탄탄한 대본, 감탄이 나오는 연출, 숨막히는 전개, 짜릿한 반전을 꽉 채워졌고, 80분 내내 온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시계 한 번 보지 않은 채 1회가 어느덧 끝났다.
시청률도 곧바로 응답했다. 평균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 최고 시청률 8.5%를 기록하며 2016년 tvN 드라마 흥행신화를 예고한 것. 케이블과 종편 채널을 합한 순위에서는 10대에서 50대까지 남녀 전 연령층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으며, 20~49세 남녀 타깃 시청층에서는 지상파를 포함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2015년 현직 경찰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과 2000년 진양경찰서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이 무전을 주고받게 되면서, 공소시효를 코앞에 둔 한 어린이의 유괴사건의 엉켰던 매듭이 풀리는 과정은, 판타지와 리얼이 뒤섞이며 묘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박해영이 어릴적 경찰서에서 만났던 이재한 형사, 이재한과 15년전 강력계 선후배였고 그에게 연정을 품었던 차수현(김혜수) 형사, 그리고 프로파일러와 강력계 형사로서 2015년에 인연을 맺게 된 박해영과 차수현. 이 세 사람은 긴밀하게 얽혀있었다.
김윤정 유괴사건이 발생했던 2000년 7월과 공소시효 15년이 모두 끝나가는 2015년이 수시로 오갔고, 시청자는 작가와 연출자가 안내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학우였던 윤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던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박해영은 15년의 시간을 뚫고 염원이 이뤄낸 기적의 무전으로 이를 되돌릴 기회를 거머쥐었다. 다만, 그와 무전기로 이어진 이재한이 습격을 당하는 모습과 현시점에서 이재한이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라는 것이 왠지 모를 '불안감'을 자아냈다.
유괴를 한 유력용의자의 사체가 발견됐으나,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경찰청 수뇌부의 판단을 순식간에 '타살'로 되돌리고, 15년간 숨어있던 진범에게 경고까지 한 박해영의 돌발 인터뷰 모습은 전율을 돋게 만들었다.
공소시효를 악용한 병원 간호사인 범인(오연아)의 두뇌게임을 극적으로 파악하고 결국 공소시효 20분만을 남겨두고 앞뒤로 진범을 둘러싼 수현과 해영의 모습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는 이를 짜릿하게 만들었다.
확실한 것은 이제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30분이 되면 팝콘을 사들고 tvN '시그널'을 관람해야 할 것 같다는 것. 하나 덧붙이자면 '미생'의 김원석 PD, '유령' '싸인'의 김은희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tvN, 나아가 케이블 전체 드라마, 그리고 한국 드라마 전체의 수준을 몇 단계는 위로 끌어올렸다. / gato@osen.co.kr
[사진] '시그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