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1시간 16분이었다. 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 연출 김원석)이 진한 몰입도와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로 단 한 주 만에 '응답하라 1988'의 아성을 넘겨 받았다.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미래의 사람이 연결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설정은 사뭇 익숙했지만, 이를 통해 미해결된 범죄를 해결한다는 흥미로운 전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22일 방송된 '시그널'에서는 본의 아니게 연예인 스토킹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 범죄 프로파일러 해영(이제훈 분)이 우연히 경찰서 앞에서 발견한 낡은 무전기로 2000년 형사 재한(조진웅 분)과 대화를 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해영과 재한의 시공간은 초반부터 교차로 편집돼 곧 무전기로 소통하게 될 운명을 예감케 했다.
2000년, 어린 박해영은 같은 반 친구 윤정이 어떤 여자와 함께 하교를 한 후 실종이 된 사실을 알게 된다. 윤정의 납치범으로 지목된 인물은 한 남자 대학생. 윤정이 누구와 학교를 떠났는지 목격한 해영은 경찰서로 가서 "범인은 남자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보지만, 아무도 어린 그의 말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15년 뒤 프로파일러가 된 해영은 취미생활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추리해 연예기자에게 넘기다 스토킹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형사 수현(김혜수 분)이 그를 검거했지만, 연예인이 신고를 취소하면서 해영은 자유의 몸이 됐다. 경찰서를 나오는 길, 그는 경찰서의 폐품을 버리는 차의 쓰레기 더미 속 한 목소리를 듣고, 오래된 무전기로 목소리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재한이었다. 재한은 2000년 윤정의 사건을 담담하는 형사였고, 유일하게 범인이 남자 대학생 아닌 그의 여자친구일 것이라 직감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직감을 따라 홀로 탐문수사를 하던 중 사무실에서 누군가 남긴 '8월 3일 선일정신병원'이라는 쪽지를 보고 병원으로 향했다.
거기서 윤정의 납치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남자 대학생이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이를 진범의 소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무전기를 켜 "박해영 경위님"이라며 2016년의 해영을 불렀고, 해영은 그의 무전에 대답했다. 해영의 이름을 부르며 "왜 여기에 오지 말라고 했느냐"는 재한의 말은 이미 그가 과거부터 무전기로 해영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해영이 15년 전 아닌, 그보다 더 앞선 시점의 재한과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했다.
'시그널'은 여러모로 tvN 최고 흥행작 중의 하나인 드라마 '나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과거 이루지 못한 어떤 일에 대한 깊은 미련을 가진 미래의 인물이 시간차를 활용해 과거 사건을 바꾸는 내용을 그리기 때문이다. 다만, '나인'에서는 주인공 선우가 직접 과거로 갔다면, '시그널'은 무전기를 통해 과거의 인물과 소통을 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이 다르다.
더불어 '시그널'이 형사와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한 본격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물이라는 점도 결정적인 차이다. 이를 통해 '시그널'은 주인공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미제 사건들을 풀어 나가며 장르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낼 것이다.
'시그널'의 첫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첫발이다. 과연 이 드라마가 성공적이었던 작품 '나인'의 뒤를 잘 밟아갈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ujenej@osen.co.kr
[사진] '시그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