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요계에는 SM·YG·JYP의 3대 기획사가 구축한 3강 체제가 매우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시장 구도가 변화하고 수많은 연예기획사들이 생겨나며 이 중 어딘가는 ‘3대 기획사’ 타이틀 유지에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대중들에게 전통의 3대 기획사란 이 세 곳이다. 이들은 뚜렷한 개성을 바탕으로 ‘각자도생’이라는 말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던 경쟁 구도를 유지했다.
이들의 관계는 오랜 시간 함께 ‘3강’이라 불리며 가요계를 버텨내 온 ‘전우’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SBS 프로그램에서 KBS와 MBC를 각각 K사, M사라 부르면서도 지상파 방송사 간의 유대가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
서로의 처지를 마음 깊이 이해하면서도 결코 사정을 봐 주지는 않는, 이 따뜻하면서도 차가운 균형 상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균열을 만든 것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SM과 JYP의 협업이다.
미쓰에이 수지와 엑소 백현, JYP와 SM의 대표 아이돌 그룹 멤버가 협업을 하리라고 누군들 예상했을까. 이 의외의 조합에 쏟아지는 반응은 뜨거웠다. 수지와 백현이 부른 ‘드림’은 방송 출연 없이도 음악 방송 1위를 차지하고,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두 소속사 사이의 다음 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는 엑소 수호가 조권의 솔로 앨범 뮤직비디오에 출연을 확정했다. 협업을 넘어서 합류가 예상되는 수준으로 긴밀하게 교류하는 분위기다.
반면 YG의 경우는 철저한 자급자족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진두지휘 아래 소속 아티스트들을 조합하여 소스를 개발한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2월 컴백을 앞둔 그룹 위너의 ‘프리릴리즈 커버’다. YG는 이하이, 태양, 자이언티 등 사내에서도 실력파로 꼽히는 보컬들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후배 위너의 신곡을 커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전무후무한 프로모션은 많은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주효했다. 쏟아지는 호평과 함께 위너의 앨범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지와 백현, 조권과 수호의 조합도, 위너의 커버곡을 부른 태양과 이하이도 반갑다. 그러나 오래도록 지속된 3대 기획사 사이에 구축됐던 ‘각자도생’ 생태계에서 조성된 2:1 구도가 정당한 태그매치로 이어질지는 물음표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 2016년 가요계 3강의 행보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미스틱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