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반 사전제작 드라마로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웬만한 영화보다 질이 높은 영국 드라마 ‘셜록’을 부러워하던 시청자들에게 범죄 스릴러 드라마의 격을 높인 드라마 ‘시그널’이 찾아왔다.
‘시그널’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인 무전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 범죄 스릴러 드라마답게 매회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프로파일러 박해영(이제훈 분)과 형사 차수현(김혜수 분)이 1989년 형사 이재한(조진웅 분)과의 연결고리가 있어 이들이 풀어야 할 기본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매회 다양한 범죄를 해결하는 형사들의 모습이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매회 달라지는 일화형 드라마인 ‘시그널’은 탄탄한 장르 드라마를 잘 만드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 ‘싸인’, ‘유령’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반전이 있는 강렬한 이야기로 시선을 끌었다. 재밌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미생’, ‘성균관 스캔들’을 연출한 김원석 PD의 힘. 김원석 PD는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몰입도 높은 촘촘한 연출을 자랑했다. 그야말로 흡인력 있는 이야기와 화면 구성은 한 편의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했다.
3개월 동안 60분짜리 16부작을 만드는 드라마, 3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동안 2시간여의 1부를 만드는 영화. 완성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시그널’은 반 사전제작 드라마답게 여유로운 제작 환경 속 영화 못지않은 수준 높은 드라마였다.
여기에 배우들의 명품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프로파일러지만 어린 시절 상처가 있어 다소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는 해영 역의 이제훈은 감정의 변화가 심한 해영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든든한 형사 수현은 연기력으로 두 말 할 일 없는 김혜수가 연기했다. 김혜수는 특유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장르 드라마에서 크게 활약하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와 다른 길을 걸었다. 비록 많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조진웅의 극을 잡아먹는 존재감 역시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나라의 장르 드라마는 흔히들 후반부로 갈수록 산으로 가는 전개로 아쉬움을 샀다. 아무래도 촉박한 ‘생방송 드라마’에서 초반의 완성도를 유지할 수 없었던 탓. 반 사전제작 드라마로 현재 상당히 여유롭게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시그널’은 일단 이 같은 대충 찍을 수밖에 없는 ‘생방송 드라마’와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CSI’ 시리즈와 영국 ‘셜록’의 입이 딱 벌어지는 드라마가 재밌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던 시청자들을 끌어안는 드라마가 바로 '시그널'이다. 일단 ‘시그널’을 보면 한국 드라마의 미래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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