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이란 이런 때 쓰는 말일까. 배우 이병헌이 악몽 같았던 시간들을 끝내고, 누구보다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최초 900만 관객을 동원한 '내부자들'(우민호 감독)의 기록적인 성공은 시작일 뿐이었다. 2016년 개봉하기로 한 영화들과 출연하기로 한 영화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그 중에는 할리우드 영화도 두 편이나 있다. 거기에 오는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까지. 2016년 이병헌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고, 화려하다.
23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병헌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을 받았다. 출연한 작품이 수상 후보에 오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경사스러운 일이다. 소속사 측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초청을 받은 자체가 영광스럽고 배우로 감사한 일이라서 (참석을) 결정하게 됐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협박 사건과 영화 '협녀'의 예상치 못한 실패로 잠깐 주춤했던 이병헌은 '내부자들'의 성공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내부자들'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복수심에 불타 오르는 정치 깡패 안상구. 그간 배우 이병헌에게서 느껴졌던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 같은 고급스러움을 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이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할까?"라는 희대의 애드리브 대사는 배우 이병헌의 가치를 입증했다.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영화 이후 이병헌의 가치는 더 상승했다. 강동원, 김우빈과 함께 하는 영화 '마스터'의 캐스팅이 이를 뒷받침한다. 잠깐의 침체기 동안 '극복할 수 있을까' 싶었던 의구심들은 '내부자들'의 성공 이후 자연스레 소멸했다. 그는 '마스터'에 이어 공효진과 함께 한 '싱글라이더'에 출연을 결정 지었고, 늘 그래왔듯 '소처럼 일하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힐 예정이다.
그 가운데 이병헌이 오스카에 참석하는 첫 한국인 배우로 이름을 올린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충무로 출신 배우들 중 가장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놈, 놈, 놈'으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은 그는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후 '지.아이.조2'와 '레드: 더 레전드'에 출연했고, 또 다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T-1000으로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이 작품들을 통해 그는 할리우드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명성과 인기를 쌓았다.
그리고 할리우드 커리어의 결정적 역할을 할 작품들이 올해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황야의 7인'과 '미스컨덕트'다. '황야의 7인'에서 이병헌은 덴젤 워싱턴부터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빈센트 도노프리오, 와그너 모라, 헤일리 베넷, 제이슨 모모아 맷 보머 등 할리우드 대세 배우들과 함께 주연을 맡아 화려한 액션극을 보여줄 예정이다. 촬영은 끝났고 2017년 상반기 개봉 예정. 그 뿐만 아니라 알 파치노, 안소니 홉킨스 등과 함께 할 '미스컨덕트'도 기대작 중 하나다.
이처럼 이병헌은 2016년은 일로 꽉 차 있다. 누구보다 바쁘게 보낼 한 해의 마지막, 그가 거둘 열매들은 또 어떤 맛을 내게 될까? 결과물들이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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