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걱정, 남편 걱정에 허리 한 번 시원하게 펼 시간도 없던 엄마는 결국 고칠 수도 없는 병에 걸렸다. 앞으로의 전개부터 결말까지 눈에 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직 가족 생각 뿐이다. KBS 2TV ‘부탁해요 엄마’를 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3일 방송된 ‘부탁해요 엄마’에서는 끝내 항암 치료조차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들은 산옥(고두심 분)이 차차 주변을 정리해 가는 절절한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장모 산옥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훈재(이상우 분)는 유명하다는 병원을 돌며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매번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진단이 떨어질 뿐이었다. 애써 웃어 보이는 훈재의 표정에 낙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이를 본 산옥은 “뚝딱이 서방 속상했겠네. 이제 그만 하자. 나 병원 돌아다니는 것 힘들어”라며 되레 사위를 위로했다.
훈재는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으라고 권했지만 산옥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힘든 것 보다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는 게 더 힘들다는 마음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 말하자”는 산옥은 결국 병원 복도에서 사위를 붙잡고 눈물을 쏟아 안타까움을 줬다.
가족을 생각하는 산옥의 마음은 이날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여러 번 적셨다. 먼저 엄마의 병을 알고 채리(조보아 분)와 화해한 척을 하는 막내 형순(최태준 분)은 방황 끝에 집으로 돌아와 산옥의 품에 안겼다. 방이 춥다는 핑계로 동출(김갑수 분)과 산옥 사이에서 잠을 청하는 형순은 자신의 얼굴을 쓸며 추억들을 되짚는 엄마의 모습에 눈물을 삼켰다. 산옥 역시 아픈 손가락 형순을 두고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에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두 모자는 등을 맞댄 채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산옥은 아직도 취업 준비생으로 남아 있는 아들 형순을 위해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 사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또 형순이 채리와 완벽히 재결합한 것으로 믿는 산옥은 “먹고 사는 것 앞에서 자존심 세우지 말라”며 따끔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동출은 잔소리가 심해졌다며 산옥을 타박했지만, “우리 출이가 제일 걱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산옥 뿐이었다. 며느리 혜주(손여은 분)와 동출에게 살림 및 요리를 스파르타 훈련 시켰던 것도 자신이 떠난 뒤 이들이 번듯하게 살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이쯤 되면 산옥의 24시간은 온통 가족들로 채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래서 아내 혜주의 편을 들겠다며 산옥의 반찬 가게까지 폄하한 형규(오민석 분)의 패악이 더욱 모질게 다가온다.
산옥은 다정한 부부인 척 집으로 돌아온 채리와 형순에게 “밥이나 먹어라. 어쩐지 만둣국 육수를 내 놓고 싶더라니”라고 툴툴대면서도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이처럼 따뜻한 만둣국 같은 엄마의 마음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이제라도 산옥에게 행복이 찾아올 수는 없는 것일까. 그에게 남은 짧은 시간 더 이상의 아픔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부탁해요 엄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