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동네의 영웅’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박시후가 3년 간의 오랜 공백을 깨고 선택한 복귀작이기도 했고, 영화 ‘히말라야’ 이후 흥행 연타에 도전 중인 조성하와 모델 출신임에도 다수의 작품에서 안정적 연기를 선보인 이수혁까지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 23일 방송된 ‘동네의 영웅’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돋보였던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박시후·조성하·이수혁을 비롯해 작가 지망생 정연 역의 권유리, 윤태영, 정만식에 ‘Bar 이웃’의 사장 송재호까지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극을 더 탄탄하게 만들어 줬다.
그 가운데서도 앞으로 ‘동네의 영웅’의 주요 이야기를 이끌고 갈 캐릭터 3인방의 인상적인 모습들을 짚어 봤다.
#1. 3년 공백 무색케 한 동네 히어로, 백시윤(박시후 분)
중앙정보국의 유능한 비밀 요원이었던 백시윤은 동료들과 국제적 범죄 조직을 쫓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을 알아 챈 조직의 역습이 시작됐고, 결국 백시윤은 후배 장진우(지일주 분)를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부의 추격 중단 지시에도 조직을 쫓았던 백시윤은 명령 불복종으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출소 후 한층 유들유들하게 변한 백시윤은 복수를 꿈꾸며 ‘Bar 이웃’을 인수하게 된다. 이로써 백시윤은 자신이 정착하게 된 동네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어가고 있었다. 방송 말미에는 정의를 위해 동네 히어로로 변신한 백시윤의 모습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3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한 박시후의 연기는 ‘동네의 영웅’ 속 복수의 칼날과 온화한 미소를 동시에 품고 있는 백시윤의 이중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주효했다. 그 가운데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장면은 단연 ‘동네의 영웅’ 첫 방송의 백미였다.
#2. “같이 먹고 살자!” 생계형 형사 임태호(조성하 분)
자식 바보, 아내 바보의 면모를 유감 없이 뽐내며 훈훈하게 첫 등장한 임태호는 이내 애잔한 가장의 고충도 보여줬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삼남매와 아내의 얼굴만 보면 힘이 솟는 임태호는 중앙정보국 출신의 선배(안석환 분)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됐다. 중앙정보국을 퇴사한 이들을 1년 동안 감시하는 일을 해 달라는 말에 잠시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는 말에 덥썩 승낙의 미소를 짓고 마는 임태호였다.
이처럼 돈에 휘둘리는 형사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같이 먹고 살자!”는 말은 대개 딱한 이들을 ‘선처’하는 상황에 사용되곤 했으니.
보기만 해도 괜히 든든해지는 사람 좋은 미소의 어른, 임태호 역을 살린 것은 두 말 하자면 입이 아플 조성하의 연기력이었다. 여기에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캐릭터의 매력까지 가세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 ‘동네의 영웅’ 여심 사냥꾼 예약, 최찬규(이수혁 분)
경찰 제복을 입은 최찬규의 훤칠한 모습에 여자들이 몰려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찰 제복을 입었을 때의 이야기. 모든 것은 꿈이었다. 경찰 시험을 보기 위해 고사장으로 가던 취업 준비생 최찬규는 졸다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치고 만다. 워낙 빠른 달리기 실력에 고사장도 가까워졌지만, 그는 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시험 시간에 늦고 만 최찬규는 임태호의 극적 배려로 입실할 수 있었다.
시험을 망쳐 좌절하던 최찬규는 그의 뛰어난 운동 신경을 알아본 임태호로부터 감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는다. ‘시험 발표 날 때까지만’이라는 조건을 달고 일을 시작한 최찬규의 어설픈 미행 실력이 폭소를 자아냈다.
영화계와 방송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던 이수혁이 이번에는 능청스럽고 어딘가 허술한 취업 준비생 역할을 맡았다. 그는 느릿한 말투와 어눌한 행동으로 일관하던 최찬규가 위기 상황을 만날 때 번뜩이는 눈빛과 함께 갑자기 변하는 순간을 절묘하게 소화해냈다. 이수혁이 연기하는 최찬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동네의 영웅’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후배를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전직 비밀요원과 생계형 경찰, 취업 준비생이 우리 동네 영웅으로 거듭나는 생활 밀착형 첩보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11시 방송. /bestsurplus@osen.co.kr
[사진] ‘동네의 영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