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장윤정을 꿈꿀 수 있다. 딸은 그런 엄마를 걱정스럽게 바라봤지만, 노래와 무대에 대한 엄마의 열정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 지병이 크게 호전되기까지 했으니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무명 트로트 가수 엄마가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웃음을 줬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동상이몽')에서는 행사를 열심히 다니는 무명 가수 엄마(김현미)를 걱정하는 사춘기 딸 미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건어물 상점을 하면서 트로트 가수를 병행하고 있는 김현미 씨는 속초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 불러주는 행사가 있을 때는 지역을 막론하고 달려나가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행사의 종류는 다양했다. 양로원부터 요양원, 시장, 특산물 행사 등갖은 행사를 돌아다니며 4년째 밀고 있는 자신의 노래 '간다간다'를 부르는 엄마의 모습에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딸은 그런 엄마를 걱정했다. 화려하게 꾸민 엄마의 모습을 보고 "밤무대에 나가느냐"고 수군거리는 어른도 있었고, 가족들에게 관심을 쏟지 않고 오로지 무대에 대한 열정만으로 살아가는 엄마에 대해 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집에서도 엄마는 노래를 연습 하느라 딸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새해 첫날에도 밤을 새며 행사를 다녔다.
그러나 패널들은 뒤늦게 꿈을 찾아가는 엄마를 이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구라는 "나도 몇 년 전만 해도 저렇게 열심히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며 공감했고, 장윤정 역시 자신이 행사를 분 단위로 쪼개서 다녔던 시절을 떠올리며 응원했다. 특히 장윤정은 엄마가 좋아하는 자신의 노래로 듀엣 무대를 꾸미기도.
이처럼 분위기는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엄마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많자 김구라는 "엄마가 오늘 이후로 행사가 더 생길 것 같다"며 걱정 아닌 걱정을 했고, 딸은 "이렇게 돼 버렸다"며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는 "가수 엄마를 둔 너의 팔자"라며 이해를 부탁했다.
비록 딸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지만, 노래를 하면서 사는 게 너무 좋다는 엄마의 열정은 그 어떤 가수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홀로 메이크업을 하고, 때로는 짓궂은 관객들 때문에 당황할 때가 있으며, 새벽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하지만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수의 길을 이어가려는 엄마의 노력은 보통의 중년 여성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라 더욱 돋보였다.
한편 '동상이몽'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일반인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에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동상이몽'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