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의 세나도 광장을 비추던 카메라는 어느새 작은 동네로 시선을 옮겼다. 세계를 무대로 범죄를 저지르던 악당들은 그 조그만 마을에도 어김 없이 존재했다. 그렇지만 슈퍼 히어로들은 지구 평화를 지키기에도 몹시 바쁠 터다. OCN ‘동네의 영웅’ 속 작은 영웅들이 반가운 이유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동네의 영웅’은 영화처럼 화려한 스케일로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던 전직 비밀요원 백시윤(박시후 분)은 대의를 위해 거대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했지만, 그 공명심 때문에 정작 가까운 사람의 목숨은 지키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시작과 동시에 백시윤의 과거를 통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진짜 영웅, 진짜 정의에 대한 물음이다.
명령 불복종으로 3년 간의 철창 신세를 진 백시윤은 어쩌다 흘러 들어온 동네의 모든 이야기와 사람, 인연이 모이는 거점 ‘Bar 이웃’을 발견한다. 백시윤이 이 공간을 인수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만 해도 여럿이다. ‘동네의 이웃’은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특정 공간을 고정적으로 보여 주며 첩보극이라는 장르의 무게, 진중한 주제의식과 재미의 균형을 맞췄다. ‘Bar 이웃’을 스쳐갈 이들과의 만남으로 한 발짝씩 성숙해 갈 백시윤의 모습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펼쳐질 ‘동네의 영웅’에는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던 주인공의 성장담도, 정의감도, 멋진 대사도 있을 듯하다. 이미 전파를 탄 “누구나 맞으면 아파요”라는 백시윤의 말만큼 영웅다운 대사는 없었다. 또 방송 말미 백시윤은 아직 폭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정연(권유리 분)을 괴롭히는 불량배들을 처단했다.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에 앞서 작은 풀꽃들을 먼저 지켜내길 택하는 백시윤의 모습은 그만의 진보였다.
이에 덧붙여진 ‘동네의 영웅’만의 매력이 하나 있다.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 지키고 싶은 것을 사수하는 소영웅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네의 영웅’은 단 한 명의 영웅 서사를 조명하는 대신 한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은 ‘Bar 이웃’의 사장이 된 백시윤이 테이블에 걸터 앉아 이웃들을 관찰하는 눈빛과 동일했다. 그야말로 새로운 히어로물의 등장이 아닌가. 동네를 종횡무진하는 작은 영웅들의 활약이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길 바라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동네의 영웅’의 미덕은 이야기 외적인 부분에도 있었다. KBS 2TV 명품 사극 ‘추노’를 만든 곽정환 감독의 작품인 만큼 영상미가 돋보였다. 특히 실감나는 액션 장면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더불어 곽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까지 빛났던 부분이다. 또 최근 드라마 제작 트렌드로 떠오른 반(半)사전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터라 이야기가 산으로 갈 걱정도 없어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동네의 영웅’은 첫 방송부터 놀라운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편 ‘동네의 영웅’은 비밀 임무 수행 중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후배를 위해 비밀을 파헤치며 복수를 준비하는 전직 비밀요원과 취업 준비생, 생계형 경찰이 작은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아낸 생활 밀착형 첩보 드라마다. 매주 토, 일요일 밤 11시 OCN과 UXN에서 방송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동네의 영웅’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