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광석은 아마도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가장 자주 리메이크 하는 선배 가수 중 한 명일 것이다. 감성적인 멜로디에 공감을 자아내는 노랫말까지. 가수들의 가수라고 불러도 좋을 그의 인기는 별세 20주년을 기념한 특집에서도 발현됐다.
지난 2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에서는 故 김광석 20주기 특집 1부가 방송됐다. 1부에서는 몽니, 로이킴, 려욱, 손승연, 이세준, 이해리가 차례로 노래를 불렀고, 김광석과의 시간을 뛰어넘은 듀엣으로 뭉클한 감동을 준 이세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세준의 우승은 그의 탁월한 가창력과 감성적인 무대도 무대였지만, 무엇보다 20년 만에 김광석을 살려내 보려는 시도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광석의 형이 가지고 있었던 오래 묵은 김광석의 기타를 무대 위로 가지고 나와 의자 위에 올려놓고 노래를 부른 것. 그 자신은 김광석이 데뷔 무대에 가지고 섰던 기타를 둘러매고 무대에 섰다. 또 무대 중간에는 화면에 등장한 김광석의 영상과 음성에 맞춰 듀엣을 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이세준이 부르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故 김광석이 부른 것과는 또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갖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가사와 그의 섬세한 미성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광석으로부터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가 나왔다"며 칭찬을 받았다던, 이날 출연 가수들 중 유일하게 김광석과의 인연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그이기에 감동은 더 컸다.
이세준과 더불어 돋보이는 무대가 있었다면 첫 출연한 로이킴의 무대였다. 그는 이날 함께 첫 출연한 밴드 몽니의 뒤를 이어 무대에 섰고, 첫 승의 주인공이 됐다. 평소에도 '리틀 김광석'이라고 불리는 그는 별다른 편곡 없이 '서른 즈음에'를 담백하게 열창한 것만으로 선배 가수들로부터 "김광석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극찬을 들었다. 아직 스물 네 살밖에 안 된 가수의 무대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감성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해리의 무대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맨 마지막 주자였던 그는 비록 이세준을 꺾진 못했지만, 대중적이지 않는 김광석 1집의 첫번 째 수록곡인 '너에게'를 들고 나왔다. 아름다운 가사가 돋보이게 만드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음색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더불어 몽니와 려욱, 손승연의 무대도 인상 깊었다. '몽니'는 '사랑했지만'을 모던록 스타일로 세련되면서도 강렬하게 소화했고, 려욱은 몬스타엑스 주원과 함께 '나의 노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소화해 선배들의 칭찬을 받았다. 로이킴의 연승을 저지한 손승연은 '일어나'를 파워불한 보컬로 소화하며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희망찬 노랫말이 손승연을 통해 호소력 있게 전달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故 김광석은 매번,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부활한다. '불후의 명곡'에서도 그는 이런저런 여러가지 특집들을 통해 다시 회자되고 불리며 시청자들로부터 수십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좋은 노래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그리움도 언제나 우리의 곁에 머무를 것이다.
한편 故김광석 20주기 특집으로 진행된 '불후의 명곡'에는 이세준, 옴므, 김필, 박기영, 이해리, 손승연, 스테파니, 려욱, 몽니, 로이킴, 해나가 출연했다. /eujenej@osen.co.kr
[사진] '불후의 명곡'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