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일국이 죽음을 앞둔 장영실의 감정을 너무나 훌륭히 소화해내 극적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사극 신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영실'이지만 '역시 송일국'이라는 말이 절로 터져나온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극본 이명희, 마창준 연출 김영조) 7회에서는 그야말로 사극 신들의 연기 향연이 계속됐다. 이들의 놀라운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숨도 못 쉰채 몰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역모죄로 추포된 장영실(송일국 분)은 옥중에서 태종(김영철 분)과 독대를 하게 됐다. 장영실은 "네가 죽기 전에 한 번은 와봐야 할 것 같았다"고 하는 태종에게 "전하의 어명으로 죽게 되니 죽는 마당에서야 조선의 백성이 됐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최고로 높은 주상전하께서 최고로 낮은 시노를 죽이려 하는 일이 얼마나 괴상한 건지 알겠다. 사람 생명보다 석각을 중히 여기는 조선은 좋은 나라가 아니란 것도 잘 알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태종은 "너의 죽음이 조선이 밑거름을 위한 것이다"라고 냉정하게 돌아섰고, 장영실은 "조선이 저한테 해준 것이 뭐가 있기에 제가 죽어야 한다는 것입니까"라며 절규했다.
전혀 다른 상황에 서 있는 두 사람, 김영철과 송일국은 한 순간도 밀리지 않는 연기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서로의 입장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송일국은 죽음을 앞둔 장영실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제대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누명을 쓰고 죽게 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간절한 표정과 눈빛, 떨리는 목소리 속에 담아내며 시청자들이 장영실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연기해낸 것.
또 송일국은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 장성휘 역의 김명수와의 재회신을 통해 안타까우면서도 뭉클한 장면을 완성해냈다. 이 두 사람은 바람의 이치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묻고 답을 했는데, 이 때 하늘을 날아다니며 뭐든지 볼 수 있기에 바람이 되고 싶다는 장영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방송 말미 장영실은 형이 집행되는 장소로 끌려가다 하늘을 쳐다보며 '어머니, 나으리, 이제 곧 오정시가 되면 두 분을 뵈러 갑니다'라고 속말했다.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과 눈빛의 그는 숨을 몰아쉬며 두려운 기색을 내비쳤다. '역사가 스포일러'인지라 시청자들은 그가 이리 죽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특히나 충녕(김상경 분)이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애원하는 장면이 예고된 바. 그럼에도 장영실이 죽음 위기를 극복해내는 장면이 기다려지는 건 모두 송일국의 놀라운 연기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장영실' 7회분은 시청률 14.1%(전국 기준, 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지난주에 이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014년 방송되며 무수한 사극 마니아들을 낳았던 '정도전'이 13회 만에 16.1%를 기록하며 14% 고지를 넘어선 것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빠른 수치로,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케 하고 있다. /parkjy@osen.co.kr
[사진] '장영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