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은 햇수로 벌써 10년차 배우다. 지난 2006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데뷔, '하늘만큼 땅만큼', '에덴의 동쪽' 등에 출연했고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얼굴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알렸다. 또한 '별에서 온 그대'가 국내외 히트를 치며, 이전 중국 활동들과 시너지를 내며 한류 스타로 급부상했다.
이어 '닥터 이방인', '나쁜 녀석들'을 통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며, 배우로서의 내공을 탄탄하게 다졌다. 특히 현재 인기리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통해서 주연 배우로서 흥행성까지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미 팬층이 두터울대로 두터운 인기웹툰 원작이라는 요소는 그야말로 양날의 검. 몇몇 인기 원작을 화면에 옮겨낸 여느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치즈인더트랩' 역시 기존 팬들의 입김이 쉴 새 없었던 것. 더욱이 '치즈인더트랩'의 경우에는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그 영향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치즈인더트랩'이 지금 같이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치어머니'라 불리는 작품에 애정이 남다른 네티즌의 의견을 무시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전적으로 모두 받아들이지도 않았던 게 적절했던 것 같아요."
'치즈인더트랩'의 인기요인을 꼽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바로 웹툰 속 2D 캐릭터를, 3D로 고스란히 살려낸 배우들의 호연이다. 그 중에서도 박해진은 캐스팅 전 단계부터 '유정 선배' 그 자체라 호평 받았고, 방영 후에도 박수를 받고 있는 배우다. 작업 방식이 독특하기로 소문난 이윤정 PD와의 첫 호흡도 박해진의 캐릭터 몰입과 맞춤옷 연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감독님은 디렉션을 절대 수동적으로 주지 않아요. 본인은 답을 알고 있지만, 배우들이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끔 안내하시죠. 배우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주시는 것도 좋아요. 그 동안의 작품 활동이 대본에 제 연기를 무조건 맞추는 혹독한 수업이었다면, 이번은 반대의 작업이에요. 처음엔 이전과 달라서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뒤로 갈수록 너무 좋았어요."
이렇게 탄생한 게 '박해진=유정선배'라는 공식이다. 실제로 박해진은 유정이 자신과 닮은 구석도 많다고 했다.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속내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 부분이라든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도 아니죠. 여자친구한테만 잘해주는 부분도요.(웃음)"
반(半)사전 제작 시스템을 차용한 점 역시, 시간이 부족한 채 생방송처럼 힘겹게 촬영하는 악습을 벗어던질 수 있게 만들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이 역시 '치즈인더트랩'의 인기요인으로 꼽히는 터. 앞서 '나쁜 녀석들'로 한 차례, 연이어 '치즈인더트랩'으로 또 한 번 반사전제작을 경험한 박해진 역시 이를 반겼다.
"좋은 부분이 훨씨 많죠. 전부 사전제작으로 하는 작품들도 많아질 것 같은데, 저는 딱 반(半)사전이 좋은 것 같아요. 피드백을 전혀 보지 못하고 진행하다보면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거든요. 자기들끼리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피드백과 완성도를 다 생각했을 때, 지금처럼 반 사전제작이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차기작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그저 '남자 1번', '남자 2번' 등 캐릭터의 비중이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심이었다. 영화에 대한 갈증도 있지만, 아직 그 정도를 감당할 수 있는 남자 배우가 많지 않다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병헌을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았다.
연기적인 면에서 가장 닮고 싶은 배우가 이병헌 선배님이에요. 목소리가 정말 멋있으시죠. 할리우드까지 진출하셨고, 묵직한 액션연기만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다시 멜로 연기도 소화하시고…감히 제가 연기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스크린을 장악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앞으로 그렇게 연기에 힘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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