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케미스트리’(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화학작용이라는 뜻)라는 단어를 너무 남발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배우 황정민이 판을 짜고 강동원이 날아다니는 영화 ‘검사외전’(감독 이일형) 앞에선 단어의 재정의가 시급하다. 첫 호흡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들의 케미는 활어처럼 펄떡인다.
‘검사외전’은 살인누명을 쓰고 수감된 검사 변재욱(황정민 분)이 감옥에서 만난 전과 9범 꽃미남 사기꾼 한치원(강동원 분)의 혐의를 벗겨 밖으로 내보낸 후 그를 움직여 누명을 벗으려는 범죄오락영화다.
영화는 장르에 충실, 범죄와 오락을 적절히 배합했다. 범죄영화에서 오는 긴장감에 적절히 위트도 섞여있었다. 황정민이 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캐릭터가 제대로 있었기 때문에 케미스트리가 살았다”고 밝혔던 바. 주로 캐릭터가 긴장과 웃음의 포인트를 담당했다.
일중독 다혈질 검사 재욱을 중심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면, 꽃미남 사기꾼 치원과 만나면 영화는 유쾌하게 풀어진다. 특히 치원은 어설픈 경상도식 영어를 구사하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일삼고 막춤까지 선보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법정에서 감옥으로 옮겨진 재욱에게 치원이 등장하면서 복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관객들에게도 치원이라는 인물은 해피바이러스처럼 사랑스럽다. 동시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치원을 다스리는 재욱처럼 황정민은 영화가 너무 뜨지 않게 꽉 잡아주는 중심이 되곤 한다.
그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재욱에게 누명을 씌우는 종길 역의 이성민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캐릭터 중 가장 악독한 모습으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살려는 드릴게”라는 유행어를 만든 ‘신세계’ 등 무게감 있는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던 박성웅은 스타를 꿈꾸는 검사 민우 역을 맡아 영화의 감칠맛을 더한다. 그가 치원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어쩐지 귀엽기까지 하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재욱이 갇혀 있는 감옥과 치원이 날아다니는 바깥세상으로 나눠져 있다. 물리적으로는 붙어 있을 수 없지만 함께 뛰는 느낌을 영화 내내 받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고 이를 설득시킨 배우의 역량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이일형 감독은 “두 캐릭터가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케미를 가지고 끌어갈 수 있을지에 포인트를 뒀다”고 밝힌 바. 많지 않은 투샷에도 케미가 활어처럼 펄떡일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다.
한편 ‘검사외전’은 오는 2월 3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 besodam@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검사외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