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무엇일까.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 특히 한국 내에서 갑자기 주류로 급부상한 힙합 문화는 조금 더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배고픈 래퍼가 있는가하면, 연간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래퍼들이 탄생했고, 힙합을 지향하는 아이돌 그룹에 속해 활동하는 래퍼들도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MBC 다큐스페셜 '랩스타의 탄생'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프로그램은 래퍼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이들의 속내와 요즘 국내 힙합신의 분위기 등을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MC메타부터 도끼, 더콰이엇, 산이, 스윙스, 블락비 지코, 방탄소년단 랩몬스터, 블랙넛, 씨잼 등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사실 그간 래퍼들의 진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지 않았다. 직접 쓴 가사와 무대를 통해서, 그리고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 등의 힙합 관련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전해져왔다. 이에 이날 방송에서 전해진 래퍼들의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블락비 지코의 이야기가 인상적. 국내 힙합시장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인 동시에 래퍼로 활동하며 겪어온 그간의 고민과 갈등, 고충이 많았다. 제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겠나.
이야기는 ‘스모키 화장’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삶에 대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스모키화장을 하고 나온다는 것은)별로 일 수 있다. 나라도 배신감 들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힙합하겠다고 포부를 다진 신인이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실망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이어 “래퍼와 아이돌, 두 가지 정체성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몇몇 분들은 날 약간 만만하게 본다. 근데 난 이제 상관 안 한다. 아이돌로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하나의 래퍼로서 살아가기도 하기 때문에”라고 말하기도.
지코는 이에 대한 고충을 겪고 있었고, 나름의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좀 더 날이 선 시선으로 본다. 내가 쓰는 가사들이나 곡에 대해서는 뭔가 단점을 확인하려고 하고..”라며 “‘나에 대해 뭘 안다고’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 고맙다. '깎아내려봐', '내가 어느 정도까지 가는 지 보여줄게', '약 오르게 해줄게' 뭐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다”고 밝혔다.
자신이 속한 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도 인상적. 그는 “블락비는 힙합 그룹이 절대 아니다. 그건 전 회사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홍보한 거지 블락비를 힙합 아이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지코가 자신의 팀과 전 소속사를 ‘디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신발언은 블락비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이다. 팀의 리더인 그가 ‘블락비는 힙합 그룹’이라고 주장했다면 대중은 지코는 물론 블락비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테다. 게다가 ‘힙합 그룹이 아니다’라는 것이 블락비를 깎아 내리는 발언이 아니지 않은가.
한편 이날 방송된 ‘랩스타의 탄생’에서는 청년 세대가 힙합에 매료된 이유 래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joonamana@osen.co.kr
[사진] '랩스타의 탄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