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알고 있는 역사이고 결과이건만, '육룡이 나르샤'는 숨 쉴 틈 없는 짜릿한 긴장감은 물론 반전과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이는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일품이기 때문인데, 그 중에서도 '연기 본좌'로 불리는 김명민은 뻔하지 않은 정도전을 완성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33회에서는 정도전(김명민 분)이 정몽주(김의성 분)에게 배신 당해 탄핵되는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그려졌다. 그리고 정몽주와 이성계(천호진 분), 이방원(유아인 분)의 고뇌가 60분동안 설득력 있게 펼쳐졌다.
하지만 정도전은 단 한 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밀어부쳤다. 그 중 하나가 불교 탄압이었다. 이에 주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했고, 급기야 유생들 사이에서도 분란이 일기 시작했다. 정도전의 거침없는 행동에 정몽주는 의중을 숨긴 채 움직였고, 이런 정몽주의 속내를 알아차린 이방원은 정도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정도전은 정몽주가 자신을 탄핵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내가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유배를 보내거나 그 이상의 죄를 묻기 위해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내게 그런 죄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는 정도전의 오산이었다. 정몽주는 유생 시절 정도전이 자신에게 '천출'이라 했던 것을 이유로 들어 탄핵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정도전에게 "성균관 시절 이와 같은 참담한 사실에 대해 내게 자복한 적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정도전은 눈물을 흘렸고, 결국 추포되고 말았다. 정몽주가 정도전의 출신을 이유로 탄핵을 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이 장면 속 정도전의 참담한 심정이 시청자들에게 크게 와 닿을 수 있었던 것은 김명민이 흘린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미천한 신분'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정몽주 역의 김의성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간 어떤 위기가 닥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던 정도전이었기에 그가 흘린 통한의 눈물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정몽주는 그가 그토록 믿었고 뜻을 함께 이뤄나가고 싶어하던 사형이었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의 것이었을테다. 김명민은 떨리는 눈빛과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 정도전의 상처 받은 마음을 모두 다 담아냈다. 왜 그가 '연기 본좌'인지를 다시 느낄 수 있게 하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방송 말미 끌려가는 정도전을 바라보는 두 남자, 정몽주와 이방원은 압도적인 눈빛을 지어보여 앞으로의 극 전개를 기대케 만들었다. 특히 이방원 역의 유아인은 분노 가득한 표정과 눈빛으로 다가올 '킬방원'의 시대를 예고했다. 위기에 빠진 정몽주와 낙마하고 만 아버지 이성계를 살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릴 이방원의 활약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