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얼굴로 복수하는 최강희가 무섭다.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 연출 김상협)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이야기다. 최강희는 극중 딸 하나를 둔 워킹맘 신은수를 연기한다.
은수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지만 가난은 더욱 깊어졌고 돈에 대한 촉각은 무뎌졌다. 어디든 뛰어들었지만 빚에 허덕이는 처참한 삶이 지속됐다. 그녀는 낮에는 호텔 메이드로, 밤에는 식당 종업원으로 고달프게 일을 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자신과 딸을 못살게 군 강일주(차예련 분)와 강석현(정진영 분) 부녀에게 복수의 화신이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신은수는 진형우(주상욱 분)와 함께 석현과 일주를 자신의 앞에 무릎 꿇리기 위해 표리부동한 자세를 취했다. 겉으로는 좋아하는 척 했고, 속으로는 경멸하는 마음으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은수 권력과 돈, 명예만을 추구하는 강 전 총리의 모습에 치를 떨면서 겉으로는 “사랑한다” “총리님은 늘 합리적이시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고 사탕발린 말을 했다. 은수는 강 총리가 운영하는 갤러리를 자신이 맡아 사업을 망치려하면서, 자신에게 굴욕을 안겼던 며느리 이세영(박정아 분)에게 똑같이 갚아줬다.
이날 형우는 석현이 해외에 둔 페이퍼 컴퍼니와 전 세계에 개설한 불법 계좌의 존재를 캐내 그를 몰락시키려 했다. 또 형우는 그의 딸 일주에게도 깊은 상처를 주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로 화려한 유혹을 감행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은수에게 상처를 안긴 강씨 부녀에게 앙갚음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두 남녀의 복수극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결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강희의 캐릭터 변신이 눈길을 끈다. 착하고 고운 미모가 친근감을 주면서 악한 마음을 품은 은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지난 1995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부터 20여 년간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과 감성, 작품 해석력이 연기에 빈틈이 없음을 보여준다.
‘달콤한 나의 도시’ ‘7급 공무원’도 그랬지만 특히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에 탄력이 붙었는데 대사와 대사 사이, 동작과 동작사이의 여백과 섬세한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최강희는 연기가 아니어도 뭐든지 열심히 할 것 같은 ‘모범생 배우’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