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년째다. 지난 2007년에 방송을 시작해 2015년 새해를 맞이하고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2TV ‘1박2일’은 같은 자리에서 늘 한결같은 재미와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세 번째 시즌은 잠깐의 암흑기를 무사히 극복하고 안정기에 접어들며 다시 한 번 ‘국민 예능’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특히 ‘1박2일’은 지난 2015년 KBS 연예대상에서 유독 좋은 성적을 거뒀다.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상복이 없었던 김종민이 쇼·오락 MC 남자부문에서 최우수상을, ‘1박2일’의 영원한 맏형 김주혁이 버라이어티 부문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그리고 모두가 탐냈던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은 것. 이에 대해 ‘1박2일’의 유호진 PD는 무한한 감동과 동시에 앞으로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 ‘1박2일’이 지난 해 유독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연출자로서 소감은 어떤가.
“종민씨가 수상한 건 모두가 열심히 하긴 했지만, 가장 열심히 한 사람에 대한 보답인 것 같아요. 다들 원하셨던 것처럼 변치 않고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에 대한 수상이라서 저도 기뻤어요. 최고의 프로그램상은 기대를 못하고 있어서 마지막에 결과가 나았을 때는 얼떨떨해서 하고 싶은 얘기도 다 못 했어요. 기분 좋았죠. 너무 오래 되고, 새 프로그램도 많이 나와서 ‘하던 걸 계속 하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했거든요. 하던 방식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맞나’, ‘해도 되나’라는 생각도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서 좋았고 그러다 보니까 멤버들이나 작가들 같은 팀원들에게 고마워요. 지금은 자기 살길 찾고 있지만 처음 시작해서 중간에 바통 터치해준 사람들에게도 감사하고요.”
- 수상자가 두 명이나 있다. 그 날 회식은 누가 책임졌는지 궁금하다.
“원래는 최우수상을 수상한 종민 씨가 쏘기로 했어요. 근데 중간에 누군가가 계산을 이미 했더라고요. 아마 주혁이 형이 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미스테리에요. 주혁이 형이 와 준 것도 연말이라 멤버들이랑 스태프들한테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종민 씨는 연초에 한 번 더 쏘라고 얘기한 상태인데 약속을 언제 지킬지는 모르겠어요.”
- 김주혁이 실력을 갈고 닦아 다시 합류하고 싶다고 했다. 받아줄 의향이 있나.
“이미 갈고 닦아져 있는데 나가지를 말지(웃음). 저희는 형을 너무 좋아해서 보통 나간 멤버에 대한 언급을 이렇게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어요. 나간 멤버인데도 ‘불러낼까’ 이러고. 그 형 자체가 동생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좋은 사람이에요. 믿음직하지만 권위 내세우지 않고. 지금은 배우로서 커리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하차했지만, 그 형이 온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요? 무조건 가는 거죠. 그런 식으로 말해준 것도 남아있는 사람들 마음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함께가 아니라도 언제나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요. 저희도 방송에서 언급하는 게 단지 분량 때문이 아니라 진짜 얘기하고 싶어서 하는 진심이에요.”
- 현재 프로그램이 큰 논란 없이 순항 중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저희의 비결은 단골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장사 잘 되는 오래된 음식점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메뉴 개발도 필요하지만 그 가게의 대표 메뉴가 있는 거죠. 사람들의 입맛은 미묘하게 계속 변하잖아요. 90년대 대중의 입맛과, 지금 대중의 입맛은 달라요. 이 변화의 속도만큼 맛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서 상대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게 비결이죠. 단골들을 생각하면서 전통의 메뉴를 지키려고 하는 게 첫 번째 비결인 셈이에요. 두 번째는 착하고 싶어요. 웃음을 만드는 방식이 독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멤버보다 제작진이 망가지고 바보가 되는 편이 더 좋아요. 누군가가 나타나서 위기에 놓이는 것보다는 손님들은 편했으면 좋겠는 거죠. 손님대접을 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사실 매주 쉽지 않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해요. 마침 경쟁하는 프로그램들도 만만치 않고 매력적이잖아요. 무서우니까 최선을 다하고 있죠.” / jsy901104@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