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앞을 향해 가열 차게 달려온 ‘1박2일’은 올해도 역시 힘껏 전진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멤버들이 주축을 이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유쾌하고 살벌한 야생 버라이어티에 나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새해를 맞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1박2일’의 맏형 김주혁이 하차하며 생긴 공석을 누가 채우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이들이기에 이 자리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채워질 예정이다. 어느새 방송 10년차를 맞은 ‘1박2일’은 새 멤버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측면에서의 변화도 준비 중이다. ‘1박2일’의 과거와 현재 비교와 함께, 2016년에는 과연 어떤 변화들이 있을지 유호진 PD에게 직접 들어봤다.
- 워낙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서 색다른 장소를 섭외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게 제일 어려워요. 근데 제 전임으로 계셨던 선배인 나영석 PD도 중간 이후 그런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핑계에 불과하고. 여행은 누구랑 가느냐가 달라요. 그러니까 같은 장소를 두 번 가겠죠. ‘누구와 어떤 식의 무엇을 하러 가냐’를 변주해서 뽑아내는 기술이 더 많이 필요해졌어요. 예를 들어, 금강산이 네 개의 매력을 가진 것처럼 그런 방식의 접근인 거죠. 장소별로라기보다, 주제별로 묶어서 태백에서는 탄광을 보고 동해에서는 바다를 보고 이렇게 꾸민다던지, 조금 더 여러 장소를 묶어주는 방식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워졌죠. 인터넷 같은 것도 한계가 있고, 그래서 작가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어요. 장소를 찾기 어려울수록 작가들의 기획력, 정보 수집력이 더 중요해졌어요. 덕분에 그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작가들의 롤이 더 커졌죠. 이 자리를 빌어서 작가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 ‘1박2일’은 시즌별로 PD의 노출이 유독 많다. 이유가 있나.
“출발이 그랬어요. 저희 프로그램은 MC 들이 주도권을 갖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일반 프로그램들은 인사말부터 MC들이 하잖아요. MC가 시청자와 방송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표준적인 방송인데, ‘1박2일’은 엄밀히 말하면 시청자와 출연자 사이의 대화는 없고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대화가 있어서 시청자들이 그걸 보는 거죠. 일반 프로그램들이 해야 할 얘기들을 미리 준비해서 MC가 이를 숙지하는 방식이라면, 저희는 보여주고 싶은 상황이 미리 준비돼있는 게 아니라 제작진과 MC가 특정한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을 시청자가 관찰자의 입장이 돼서 보는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MC 본인이 오늘의 숙제를 얘기할 수 없고 몰라야 하겠죠. MC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를 말할 사람 필요하고, 그건 제작진이 맡은 게 자연스럽잖아요.”
- 나영석 PD와 서로의 프로그램에 대해 모니터링은 해주나.
“프로그램에 대해 제가 선배한테 어떻게 할 수는 없죠. 제가 ‘재밌어’라고 한들 그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영석이 형이나 우정누나, 대주작가 다 존경하는 사람들이고 너무 가르쳐준 것도 많아요. 나영석 선배도 ‘1박2일’ 모니터 별로 안 하시고 둘이 술 먹으려고 만나면 딴 얘기해요.“
- 원년멤버인 강호동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1박2일’에 다시 합류할 가능성은 없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아무래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어렵지 않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인데 본인이 내켜하실 지도 모르겠고 ‘1박2일’일에 워낙 큰 그림자를 드리운 인물이라, 정말로 의미 있을 때 오셔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때여야 비로소 가능할 듯해요. 많은 게스트 중 한 명으로는 원치 않고, 오신다면 너무나 의미 있는 이유가 될 것 같아요. 저희 프로그램에 그 분은 ‘한 번 오면 어떨까’하는 가벼운 의미를 가진 분은 아니에요.”
- 앞으로 ‘1박2일’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
“이게 딜레마에요. 저희 프로그램의 비결은 오래된 단골들이 좋아하는 맛을 변하지 않고 가져가는 건데 영원히 그것만 할 수는 없잖아요. 무리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2007년부터 현재까지 9년 동아 ‘1박2일’은 미묘하게 계속 변해왔어요. 예전에는 있는 장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있었는데, 지금은 좀 더 작지만 독특한 대한민국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변하긴 해야 하는데 최근에 너무 우리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올해도 우리들의 재밌는 상황들은 전해주는 게 기본일 거예요. 그게 우리의 자랑이니까. 여행지나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강화해야할 것 같기는 해요. 가능하다면 전국 투어 일수도 있고, 하룻밤 여행이 아니라 조금 더 긴 호흡의 여행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변칙적이지만 ‘1박2일’스러운, 허당스러운 매력이 보이지만 예상 되지 않는 특집들을 만들고 싶어요.”
- 올해 ‘1박2일’이 걷고자 하는 무엇인가.
“기존 메뉴의 매출을 안 떨어뜨리면서 신메뉴를 개발하는 것. 새로운 히트 메뉴를 메뉴판에 추가하고 싶어요. 기존의 레시피를 잘 배우고 잘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새롭고 신선한 메뉴가 하나 더 들어오면 그만큼 숨통이 트일 것 같아요. 원래 재밌었던 ‘1박2일’의 본질 위에 반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장치를 한두 가지 시도해보는 것, 그게 성공한다면 올해의 목표는 성공했다고 봐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