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남편은 윤정수’. JTBC ‘님과 함께2 - 최고의 사랑’(이하 님과 함께)의 애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이다. ‘님과 함께’에서 가상 커플로 활약 중인 김숙과 윤정수는 그들만의 ‘꿀조합’으로 프로그램을 장안의 화제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왜 시청자들은 김숙과 윤정수의 결혼을 원할까. 이는 비단 나이 꽉 찬 남녀만 보면 짝을 짓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펄럭이게 되는 오지랖 때문만은 아니다. 두 사람의 시작은 예능을 위해 찍어 붙인 것 같다는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보면 볼수록 잘 어울렸다. “진짜 결혼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변의 제안에 학을 떼는 이 커플이 가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면, 그조차도 설렘 포인트였다.
김숙과 윤정수의 조합이 묘하게 더 친근하고 눈에 밟히는 이유가 있다. 그들 사이에는 남녀를 넘어 사람 간에 나올 수 있는 관계의 거의 모든 형태가 존재한다.‘님과 함께’ 속 두 사람의 모습에는 선후배는 물론 남매도 있고, 친구도 있고, 부부도 있고, 앙숙도 있으며,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있다. 김숙과 윤정수에게는 파도파도 무궁무진한 관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상황극에 익숙한 개그맨 출신이라며 애써 현실로 돌아오려 해도, 어느새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매번 다르면서도 친숙한 모습을 보여 주니 두 사람의 가상 결혼이 현실이 되길 바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김숙이 ‘가모장적’ 발언을 하면 이에 꼼짝 못 하는 윤정수의 모습은 단연 21세기 결혼관의 ‘뉴 웨이브’다. 당연한 말을 당당하게 하는 김숙의 모습에 여성 시청자들은 ‘갓숙’이라며 환호를 보내고, 남성 시청자들도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항상 티격태격하는 것만은 아니다. 김숙과 윤정수는 지난 19일 방송된 ‘님과 함께’에서 황석정과 박수홍의 소개팅을 주선했다. “남자 복이 없다”며 울상을 짓는 황석정에게 김숙은 “나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친다. 이때 황석정이 윤정수를 가리키자 김숙은 “내 덕에 먹고 산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버럭할 줄 알았던 윤정수는 “얘 만나고 방송이 네 개 더 들어왔다”며 오히려 김숙을 추어 올렸다. 김숙도 “현명한 여자를 만났으니까 뭐”라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장면 속 윤정수를 보자. 그야말로 ‘현부양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김숙과 윤정수는 ‘님과 함께’ 시청률이 7%를 넘기면 결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김숙은 “남 일이라고 막 말한다”고 질색했고, 윤정수는 “6.9%에서 하차하겠다”고 정색했다. 그렇다면 6.8%에서 곧바로 7%로 넘어가면 되겠다. 김숙의 ‘어남윤(어차피 남편은 윤정수)’, 윤정수의 ‘어아김(어차피 아내는 김숙)’을 응원한다. 지난 19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5.8%(닐슨코리아)였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