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다리에 포옹을 부르는 드넓은 어깨, 툭 치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선하면서도 서늘함이 깃든 눈매를 지녔다. 훤칠한 외모 뿐이 아니다. 과 수석을 놓치지 않는 수재에 교수부터 선후배까지 평판도 남다르다. 이쯤만 해도 비현실의 끝이건만, 재벌2세라고 고백하기까지 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tvN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의 박해진 이야기다.
유정(박해진 분)은 지난 25일 방송된 ‘치인트’에서 여자친구 홍설(김고은 분)에게 자신이 태란그룹의 후계자라고 밝혔다. 홍설에게는 졸업하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심히 대학원 유학 갈까 했다고 답하는 유정도 버거웠을 텐데, 남자친구가 재벌2세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서로를 달갑게 여기지 않던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했다. 유정은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데, 홍설은 항상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그와 갑자기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도, 자신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있다는 것도 아직은 미심쩍었다. 남들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 것도, 무언가를 조건 없이 받는 것도 쉽지 않던 홍설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래서 홍설은 유정 앞에서는 말을 아꼈다. 유정의 비밀스런 호의들은 매번 싸움으로 번졌다. 그를 스토킹했던 오영곤(지윤호 분)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권은택(남주혁 분)도, 백인호(서강준 분)도 아는 사실을 남자친구인 유정만 모른다. 홍설의 입장에서는 모든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유정에게 이를 알렸다가 뭔가 일이 커질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을 터다.
홍설은 자신이 재벌가의 아들이었다고 고백하는 유정을 바라보며 “이 안에 있는 내가 너무 작아 보인다. 그리고 선배의 미래엔 내가 없다”라고 독백한다. 그렇지만 유정은 홍설이 쳐 놓은 벽을 허물고 싶어 했다. 홍설의 얼굴에 퍼졌던 불안함은 걱정 말라는 유정의 포옹에 녹아내렸다. 유정은 홍설에게 따뜻한 눈빛과 말들로 자신에게 더 다가와 달라고 부탁했다. 딴 세상 사람 같아 보이던 유정의 노력에 홍설도 이제는 그를 진짜 남자친구로 받아들여 가고 있었다.
이런 비현실 속에서 홍설은 되뇌인다. 그래도 자신을 아껴 주는 현재의 유정만 바라보자고. 앞으로 이들 앞에 찾아올 고난도 이제는 크게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치인트’ 방송화면 캡처